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지진피해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 무디스사는 “일본경제가 지진피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영국 피치사도 “비극적 재난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사는 “금번 일본 지진피해(보험지급금 기준)는 역대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엔화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에 투자된 엔화 자금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2개월 동안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약 20% 상승한 바 있다”고 지적했고, 독일 도이체방크는 “피해 복구를 위한 자금수요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고베지진 당시 엔화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곧 약세로 전환됐다”고 밝혔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엔화 강세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며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뱅크 오브 뉴욕멜런 런던지점의 외환담당 애널리스트인 사이몬 더릭은 “일본정부가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 국채가격과 엔화 가치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 규모로 선진국 중 최악이어서, 이번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의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를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 타임지는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지출 증가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고,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도 “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재정투입으로 일본 정부부채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대량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14일 다우존스 보도에 따르면, 시라카와 마사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14일 평일의 2~3배에 상당하는 2조~3조엔의 유동성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