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검찰에 따르면 20일 검거된 남파간첩 2명은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으로부터 직접 ‘먼저 황장엽이의 주거지와 다니는 병원 등 활동사항을 대북 보고한 뒤 황장엽이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기관인 인민무력부 산하의 정찰총국은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지난해 2월 노동당 산하로 공작원 호송과 안내의 임무를 띤 ‘작전부’와 대남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35호실’, 인민부력부 산하인 군 정찰국 등 3개 기관이 통합돼 북한 최고의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아래 설치됐다.
책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대남통’으로 알려진 김영철(64) 상장이다.
그는 1990년부터 남북고위급회담의 대표로 참석했으며, 2006~2007년에는 남북장성급회담 북측단장을 맡아 “북방한계선(NLL)은 강도가 그은 선이다”라고 말하는 등 대남 강경발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11월에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우리 기업들에 공단 폐쇄를 위협하기도 했다. 1968년 발생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 때는 판문점에서 근무해 대남·대미 군사전략 부문에 두루 밝다는 평가다.
군부내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후계 물망에 오른 지난해부터 후계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당국에서는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로 정찰총국을 지목해 왔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만일 북한이 연관됐다면 정찰총국에서 진행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정찰총국의 대남 공작은 그 동안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1998년 6월 속초 유고급 잠수함 침투와 같은 해 12월 여수 반잠수정 침투, 1996년 9월 강릉 상어급 잠수함 침투,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파 테러’ 등도 정찰총국의 대표적인 대남도발 행위로 꼽힌다.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벌어진 북한 남파 간첩에 의한 탈북자 살해 사건으로 기록된 지난 1997년 고 이한영씨 피살사건 또한 정찰총국에 의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