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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탐방] 전화위복 나선 KB운용… ‘해외 ETF 확대’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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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4. 30. 17:38


국내 상품에 치중된 구조… 성장 한계
해외형 상품 강화 '점유율 10%' 청사진
장기 성장 위해 계열사와 시너지 필요
김영성 대표가 KB자산운용을 증권과 함께 그룹의 자본시장부문 한 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형 펀드 상품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통한 수익 성장으로 그룹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인데, 그간 성장을 견인했던 국내 채권형 펀드와 대체투자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성 높은 해외 자산을 추종하는 상품들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펀드 중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임기 시작부터 'ETF 강화'를 줄곧 강조해 온 김 대표의 기조하에 차별화된 해외형 상품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KB자산운용은 구체적으로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해외 연금형, 그리고 테마별 밸류체인 상품에 주력한다.

이 같은 청사진을 내놓은 이유는 늘어나는 해외 투자 수요 때문이다. 올해 초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부터 ETF 점유율을 추월당했는데, 업계에선 낮은 해외 상품 비중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회사의 해외형 ETF 총운용자산(AUM) 비중을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의 약 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대표가 작년 초 사령탑에 오른 것도 회사의 이러한 상황이 고려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업계에서 해외 운용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사내 글로벌운용본부 재직 당시에도 싱가포르·상하이 등 현지 법인 설립에 일조해 회사의 해외 성장 발판을 마련한 이력이 있다. 해외형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는 KB자산운용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KB자산운용은 최근 ETF 리브랜딩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을뿐더러 인력 이탈, 수익 정체 등 악재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눈에 띄는 영업성과를 통해 현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이슈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운용하는 총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156조4850억원이다. 국내 운용자산 규모로만 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다음으로 크다.

KB자산운용이 지금까지 경쟁력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채권형 펀드와 대체투자 부문에서 큰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회사의 운용자산은 전체에서 58.2%(91조1395억원)를 차지, 이 중 국내 상품만 86.6%(78조963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국고채, 일반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중장기 채권형 등 잘 갖춰진 라인업 덕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사는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ETF를 중심으로 해외형 상품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국내형 상품으로 몸집을 키워왔던 기존 영업 방식과는 다른 모습인데, 결국 증가하는 해외 투자 수요 흐름에 발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국내형 상품만 고집하면,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일례로 KB자산운용은 낮은 해외형 ETF 상품 비중 탓에, 올해 초 경쟁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부터 ETF 운용자산 점유율 3위 자리를 빼앗겼다. 해외형 ETF 상품 비중만 전체의 71.2%에 달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수익 구조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은 24.2%에 불과했다.

회사는 해외형 ETF를 강화해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는 7.6%에 머물러 있다. 세부적으로는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연금형 상품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작년 말 마케팅실 산하의 ETF 세일즈팀을 연금WM본부로 이동시키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 실장은 "최저 보수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연금 필수 자산 상품들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며 "최근 조직개편에 따라 ETF팀도 증권·은행 등 연금을 다루는 기관들과 만나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들의 니즈도 파악하면서 차별화된 상품 발굴과 채널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밸류체인 ETF도 강조했다. 밸류체인 테마를 보다 넓게 설정함으로써 특정 산업이 성장할 시 모두가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종목들로 구성된 상품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실장은 "타사들처럼 AI소프트웨어, AI인프라 등 카테고리 하나하나를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는 방식과 달리, 어떤 테마가 성장할 때 다 같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 포함된 밸류체인 상품들을 솔루션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당시부터 ETF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던 김 대표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대표직에 오르기 전 글로벌운용본부를 이끌며 회사의 해외 운용 사업을 주도했다.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비롯해 상하이, 베트남 사무소 설립 모두 그의 공적이다. 그가 해외 운용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자 최고 책임자인 만큼, 해외형 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작년 KB자산운용이 겪은 여러 악재를 감안하면, 올해를 전화위복의 해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ETF 리브랜딩에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잦은 인력 이탈과 수익 성장 제동 등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 상태다. 임기도 1년도 채 남지 않은 김 대표에게 가시적인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운용업계에선 KB자산운용이 장기적 성장을 이룩하려면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최대 금융 지주 계열사로 있지만, 삼성·한화자산운용 등 경쟁사들 대비 계열사로부터 부채연계투자(LDI) 등을 통해 조달 받는 자금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어주기' 관행이라는 시장의 지적도 존재하지만, 제도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상생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해외 현지 법인 확대도 과제다. KB자산운용의 해외 현지 법인은 사무소를 포함해 총 4곳(싱가포르, 상하이, 베트남, 인도네시아)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하나의 추세인 만큼,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으로의 진출도 장기적 성장을 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현지 운용사에 국내 주요 상품들을 수출하는 등의 시도들도 필요해 보인다. 회사의 해외 현지 법인에는 ETF 상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법인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는 게 좋긴 하지만, 국내만 신경 쓰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현지 법인에서는 주로 시장 조사나 투자자문 위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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