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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군을 모르는 민간인 국방장관’은 매우 위험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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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29. 17:34

주은식 사진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방장관을 '민간인'으로 임명하는 대선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언뜻 보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주장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군통수권과 국가안보 체계에 대한 근본적 몰이해가 깔려 있다.

◇ 미국과는 전혀 다른 한국의 군(軍)통수 체계

미국과 한국은 군(軍)통수 구조부터 작동 시스템까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군 최고통수권자이며, 국방장관은 군정을, 합참의장은 대통령에게 군령분야 자문을 한다. 9·11 테러 후 아프간 전쟁에 참전하고 10년간의 숨바꼭질 끝에 빈 라덴을 잡겠다는 일념하에 2011년 5월 1일 파키스탄 카이베르파크툰크와에서 미 해군특수부대요원들이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오바마 대통령을 보았을 것이다. 이때 오바마는 준장급 작전지휘관이 중앙에서 지휘하고 옆에서 보는 모습을 보였다.

미 국방장관은 민간 출신이라도 군령을 행사하지 않는다. 즉, 군사작전 지휘는 군사 전문가인 합참의장의 보좌를 받아 대통령이 전구사령관에게 하달하며, 민간 장관은 행정·예산·조직 관리에 집중하는 체계다. 트럼프는 1차 임기 당시 국방장관이 말을 잘 안 듣자 이번에 앵커출신 헤그세스를 장관에 임명하여 전문 직업군인들의 기를 눌렀다. 하지만 헤그세스도 주방위군 소령 출신이다.

반면 한국은 국방장관이 군령과 군정을 모두 아우르는 지휘계선의 일원이다. 즉, 국방장관은 군 작전에도 실질적 관여와 지시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군사작전과 안보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민간인이 이 자리에 임명되면 치명적인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6·25 발발 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문민정부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발탁되었으나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 장관은 6·25 작전에 전혀 개입을 하지 못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참모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하달했다. 참모총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채널도 갖추게 했다.

문제는 참모총장이 병참과 군수행정 전문가인 채병덕 장군이었다. 6·25 당시 우리 군의 초기 혼란은 인사 실패에 기인한다. 민주주의를 빌미로 미국식 제도를 한국에 단순 이식하겠다는 발상은, 지리·안보·역사·헌정구조가 전혀 다른 국가 현실을 무시한 위험한 정치적 도박일 뿐이다.

◇ '모르면 용감하다'는 발상, 국가안보를 도박판으로 전락시켜

군대를 경험하지 않고 군사적 사고방식을 체득하지 못한 인물이, 아무리 탁월한 행정가라 할지라도 군을 지휘하는 순간부터는 무능이 곧 재앙이다. 전쟁은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수단이며, 국방장관은 그 최후의 책임자가 된다.

문제는 단순히 경험 유무가 아니라, 군사행동이 갖는 전략적 복잡성과 판단의 무게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민간인이 군의 지휘계선에 들어올 경우, 그 무지와 판단착오가 수천 명의 생명, 국가의 존망을 가를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른 부서 장관과 달리 국방장관은 우리 육해공군의 지휘관을 통제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아무나 갖다 임명해도 된다면 군의 계급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군의 계급은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표식이고 그런 사람들을 전문가로 발탁하는 계층 사다리이다.

위 사실에 가장 부합한 사례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에 적백내전 당시 황제군 지휘관을 대부분 숙청하여 죽였다. 노농적위군에 노동자를 지휘관으로 임명하여 희생이 컸다. 나중에 할 수 없이 황제군에서 지휘경험이 조금 있는 자들을 적군 지휘관에 임명했다. 이를 감시하고자 정치위원이 등장했다. 노동자대표가 지휘했던 첫 전투에서 120만 명이 죽었고 볼고그라드까지 물러나면서 천만 명이 죽었다. 1937년 대숙청 후 2차대전 종전 시까지 러시아인 2400만명이 죽었다. 지휘관을 아무나 갖다 쓰면 국민의 피로 메꾸어야 한다.

국방장관은 작전계획, 부대배치, 예비전력 운용, 동맹군과의 연합작전 지휘 등에 대해 즉각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보좌진의 자문을 받는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즉각적인 개념으로 지휘해야 하는 국방장관 직위는 일일이 보좌관에게 물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한국은 아직도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 있으며,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사이버전, 심리전, 재래식 무력도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전문가가 아닌 정치 논리로 지휘체계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결국 대한민국의 안보를 김정은 정권에 맡기겠다는 무책임한 선언에 가깝다. 국민이 안보에 무관심해지고, 지도자가 무지를 무기로 삼으며, 제도권이 이를 방치한다면 결국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지도자 선거는 단지 잘 살고 못 사는 문제를 넘어서 있다. 대한민국을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유지할 것인지, 공산 전체주의 체제로 전락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역사적 선택이다.

정치인들의 표 계산과 언론의 일시적 인기몰이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 모두가 안보에 대해 각성해야 할 때다. 무지의 리더십은 자유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자유를 적에게 넘기는 열쇠일 뿐이다. 국민들의 선택이 국가의 체제와 운명을 가늠하는 기로에 서 있다. 공기 속에 살면 공기의 고마움을 잊어버리듯이 안보는 그냥 보장되는 공짜나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군을 모르는 민간 국방장관, 특히 군 복무조차 경험하지 않은 인물이 지휘계선의 정점에 오르는 순간, 대한민국 군대는 오합지졸이 되고, 나라는 안보의 구멍이 뚫리는 상황에 직면한다. 국방은 정치적 유희나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지켜진다. 지금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할 이유는 바로 자유와 생존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폭력으로 인간의 정신을 노예화하는 자가 아니라 진리의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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