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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연 깊은 프란치스코 교황, 염수정·유흥식 추기경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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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4. 21. 18:19

역대 한국 추기경 4명 중 2명 임명...깊은 관심 보여
나이 제한에 유흥식 추기경만 콘클라베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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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교단이 지난해 9월 20일(현지시간) 교황청 사도궁 내 클레멘스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
21일 선종한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2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4·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14년 세 번째로 방한한 교황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배출된 한국인 추기경 4명 중 2명을 임명한 교황이다. 염수정(82) 안드레아 추기경(2014년 서임)과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2022년 서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다른 두 명은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이다. 한국인 1호인 김수환 추기경은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년 재위)가, 2호인 정진석 추기경은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2005∼2013년 재위)가 임명했다.

각 교황 재임시절 한명의 추기경만 나왔던 것에 비해 프란치스코는 임기 내 2명이나 추기경을 임명한 것이다. 추기경은 카톨릭 교회 내에 교황을 제외한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 선거 시 후보로 나설 수 있으면 선거권도 갖는다.

특히 유흥식 추기경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주교였던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했다. 일반적으로 교황청의 각부 장관은 추기경이 맡는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였다. 이는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교황청 장관에 한국인이 임명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유흥식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각별한 관계는 한국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 건립에서 알 수 있다.

2023년 9월 가톨릭 성지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졌다.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이는 유 추기경의 의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차기(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에서도 한국에 대한 그의 사랑을 알 수 있다. 한국은 필리핀(1995년)에 이어 WYD를 개최하는 두 번째 아시아 국가로 선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각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그가 주교로 활동하던 1993년 한국 토종 수도회인 성가소비녀회(聖家小婢女會)에 보낸 편지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편지에서 "아르헨티나인들은 한국에서 오신 수녀님들에게서 성모님을 느끼며 거룩한 어머니이신 교회를 봅니다"라고 썼다.

당시 아르헨티나 테오도로 알바레스 시립병원에서 활동하던 수녀회가 철수하자 한국에서 성가소비녀회가 수녀를 파견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아르헨티나 현지 수도회 대표들에게 환자를 돌볼 수녀를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20여통이나 썼지만 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한국 수녀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들은 스페인어를 거의 못 했지만,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았고 교황은 이에 큰 감명을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책세상)에 소개된 프랑스 석학 도미니크 볼통과의 대담에서 환자들이 흡족해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 수녀들이) 소통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미소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했다.

그는 2014년 8월 방한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받았고 이어 청와대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2개월 후 박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하면서 방한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교황과의 재회가 이뤄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통일된 한국에서 교황님을 다시 뵙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교황은 "동북아 평화와 화해,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같이 기도합시다"라고 화답했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과 2021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청은 문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과 55분간 면담했다. 이는 앞서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시간(30여분)보다 훨씬 길었다. 당시 교황은 방북 의지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적극 권유하고 지지했다.

한편 바티칸 교황청은 조만간 '콘클라베'라는 천주교 전통 교황 선출 절차에 따라 차기 교황을 뽑는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는 뜻이다. 교황 선출이 완료될 때까지 선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외부와 일절 접촉을 끊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교황이 서거하면 교황청은 15일 안에 콘클라베를 열게 되어 있다. 교황은 추기경단이 선출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총 253명의 추기경이 있다. 이 가운데 콘클라베에는 나이가 80세 미만인 추기경 140명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콘클라베 일정이 확정되면 전 세계에서 바티칸 시내의 시스타나 성당으로 집결한다. 한국에서는 유흥식(74) 추기경이 참석한다. 올해 만 81세인 염수정 추기경은 참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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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9월 16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한국 가톨릭교회 대표단을 특별 알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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