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하-남태희 연속골… 제주, 실리와 내용 모두 잡은 2-0 승리 주중 패배 씻고 홈에서 반등 성공… “득점이 곧 수비”라는 김학범의 철학 증명
남태희 세리머니
0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제주SK의 남태희.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김준하가 시작했고, 남태희가 마무리했다. 제주SK가 오랜만에 무실점 완승을 거두며 리그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에서 제주SK는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제주SK는 공식전 3경기 무승(1무 2패)의 흐름을 끊고 시즌 3승째를 챙겼으며, 승점 11점으로 리그 10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상승세를 타던 포항은 6경기 무패 행진(3승 3무)이 끊기며 승점 12점으로 9위에 머물렀다.
경기 시작은 제주SK가 단연 날카로웠다. 전반 2분, 상대 미드필더 주닝요에게 강한 압박을 가한 유인수가 공을 빼앗은 뒤,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던 김준하에게 정확히 연결했다. 2005년생 신예 김준하는 거침없이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오른발 슈팅으로 포항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시즌 3호 골로, 김준하가 골을 넣은 세 경기에서 제주는 모두 승리를 거두는 흥미로운 기록을 이어갔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소년 가장 같다. 문전에서의 감각이 탁월하다"며 웃었고, "앞으로 더 많은 득점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학범
0
경기 후 승리의 기쁨을 드러내는 제주SK의 김학범 감독./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이른 실점으로 흔들린 포항은 빠르게 반격에 나섰지만, 제주SK 수비진의 안정된 대처에 막혔다. 전반 15분 홍윤상의 슈팅은 골키퍼 김동준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이후 주닝요와 이호재의 연계 플레이도 효율적인 수비에 차단됐다. 포항은 전반 25분, 베테랑 미드필더 신광훈을 빼고 어정원을 투입하며 미드필드에 변화를 줬지만, 분위기 전환엔 실패했다.
후반전에도 포항은 교체 카드로 흐름 반전을 시도했다. 조르지와 조상혁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제주SK 수비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포항이 공격을 퍼붓는 사이, 제주SK는 후반 33분 역습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장민규의 크로스가 굴절돼 문전으로 흐르자, 이를 향해 쇄도한 남태희가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K리그 데뷔골이었다. 유럽과 중동, 일본 리그를 거쳐 지난해 제주 유니폼을 입은 남태희는 17경기 만에 첫 득점을 기록하며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득점 직후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세리머니로 감정을 표현했고,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능력이 있는 선수다. 이제 첫 골이 터졌으니 앞으로는 더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주SK는 전반부터 압박을 통해 수차례 포항의 실수를 유도했고, 장민규를 측면 수비수로 기용해 포항 투톱의 높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김동준 골키퍼는 여러 차례 슈퍼세이브로 실점을 막으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 집중력과 효과적인 역습,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룬 경기였다.
박태하
0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에 대한 총평을 전하는 포항의 박태하 감독.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신광훈
0
전반 25분, 이른 시간 교체 아웃되는 포항의 신광훈 선수.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포항의 박태하 감독은 경기 후 "이른 실점은 전술 이전에 심리적으로 치명적이었다"며 "우리가 더 간절했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완패한 경기였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특히 베테랑 신광훈의 조기 교체에 대해서는 "미드필더 실수와 경기 흐름상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톱의 문제라기보다 팀 전체적으로 부족했던 경기였다"며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코리아컵에서 부천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제주SK는 로테이션으로 주전 체력을 안배한 끝에 홈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특히 김준하와 같은 22세 이하 자원들이 팀 내에서 주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제주가 당장의 승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품고 있다는 방증이다. 홈 팬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승리를 거둔 제주는, 다시 한번 팀 리듬을 회복하며 리그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