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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탐방] 선점효과 톡톡…삼성운용 김우석號, 글로벌 확장으로 ‘화룡점정’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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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4. 20. 18:00

ETF·TDF 개척해 'AUM 400조' 달성
김우석 대표 취임 후 해외전략도 가속
해외법인 연수·K-ETF 수출로 본격화
삼성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이 20년 넘게 국내 자산운용업계를 이끌고 있다. 400조원에 육박하는 총 운용자산(AUM)을 기반으로 타겟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 등 펀드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성과는 회사가 과거부터 선보여 왔던 선점효과에 기인한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ETF 상장부터 시작해 TDF 출시, 연기금 투자풀 주간까지 모든 사업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인 생명·보험으로부터 부채연계투자(LDI)를 통해 수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조달받은 점도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AUM을 키울 수 있었던 핵심 요인들이다.

다만 회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더라도 안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ETF를 중심으로 국내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한 미래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현지법인에 펀드상품을 수출하는 등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주는 배경이다.

특히 작년 말 사령탑으로 올라선 김우석 대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삼성생명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했던 당시 김 대표가 관련 업무의 부사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만큼, 운용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자산운용이 해외사업을 한층 더 키워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초부터 글로벌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삼성자산운용이 해외사업에선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영업활동들도 필요해 보인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국내 AUM 1위 타이틀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인도·베트남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현지법인을 인수해 사업을 넓혀가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운용하는 총 자산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382조4135억원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 중에선 가장 큰 규모인데, 회사는 400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바탕으로 연마다 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회사의 이런 성과를 두고, 운용업계에선 선점효과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20년이 지나도록 회사가 높은 경쟁력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선점효과 때문"이라며 "이는 회사가 가장 많고 다양한 상품들을 상장해 국내 시장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KODEX 200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국내 ETF 시장을 직접 열었다.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도 4년 앞선 것인데, 현재 200조 ETF 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한해 전인 2001년에는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로 선정돼 수조원의 국가 기관 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로 24년 째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 총 자산 62조원에서 약 4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100조 시장을 넘보고 있는 TDF 역시 회사가 2016년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놓았다.

삼성자산운용이 몸집을 키울 수 있던 또 다른 배경에는 그룹 계열사들의 도움도 존재한다.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화재에서 LDI 형태로 대규모 운용자금을 조달받은 건데, 해당 자금에 대한 실질적인 수수료는 적더라도 회사가 전체 AUM을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AUM 규모가 크면 신뢰를 바탕으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 다른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선 도약의 발판이 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꾸준히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ETF 상품을 필두로 국내 운용 시장이 과열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또 다른 영업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K-ETF를 수출하는 등 해외 진출에 힘을 싣고 있는 점도 이것의 일환이다.

김 본부장은 "현 시점에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중요성을 회사도 인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만든 여러 상품과 아이디어를 해외에도 진출시킬 수 있도록 해외 현지법인을 인수하거나, 뉴욕법인 혹은 앰플리파이(Amplify)를 통해 상장시키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ETF 운용사인 앰플리파이는 삼성자산운용이 지분 20%를 투자한 회사로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3년부터 2년 연속 현지화한 국내 ETF 상품을 앰플리파이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있다. 그밖에 해외 현지법인인 홍콩·뉴욕·런던에서도 그룹 계열사 채권, ETF 등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삼성자산운용이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사업을 한 층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말 취임한 김우석 대표의 영향력 때문인데, 김 대표는 취임 직전 삼성생명에서 회사 경쟁력 제고 차원으로 시행했던 해외진출 사업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생명에서 해외사업에 힘줬던 2020년대 초반부터 금융경쟁력제고TF·자산운용부문장 부사장직을 역임하며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 취임 직후 곧바로 해외사업에 방점을 찍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ETF 사업부문 산하에 있던 '글로벌전략기획팀'을 격상해 CEO 직속으로 편제, 여기에 해외법인 사업팀(홍콩·뉴욕·런던) 전부를 옮겼다. 또 비슷한 시기 ETF 사업부문장으로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가 낙점되면서 향후 두 사람 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자산운용이 전사적으로 해외사업 강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성과를 고려했을 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후발주자인 만큼, 여러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결국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한 현지법인 인수합병 작업이 필요할 텐데, ETF 수요가 늘면서 현지 운용사 가격이 많이 올라간 상태"라며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운용업계에선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으로의 진출도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조언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해 온 회사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국내 운용자산 규모를 앞세워 해외영업을 목적으로 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의 기존 강점을 활용해 해외 진출을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선 이를 잘 이용해볼 수 있다"며 "또 회사는 국가 기관의 자금을 관리하고 운용자산이 40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 만으로 해외진출 과정에서 타사들 보다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까지 어떻게 해외진출을 해나갈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해외사업 강화라는 큰 방향성을 정해놓고 준비하고 있는 건 맞다"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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