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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격변의 시대, 총수의 승부수] 재계 맏형 최태원…국정 공백 속 묵직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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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 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4. 16. 17:50

국가 경제 위기 속 존재감 확실히
그룹 청사진 'AI 토탈 솔루션' 확보
사회 문제 고민·해결에 앞장서기도
최태원 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월 워싱턴 미국 의회 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개최한 '한미 비즈니스 나이트'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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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지난해 12월 하순, 128개국의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들은 한국에서 온 편지 한통을 받았다.

한국 경제의 건재함과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 이 편지의 발신자는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재계 맏형', '민간 외교관'. 최 회장을 늘 따라다녔던 두 별명의 무게감은 초유의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국정 공백과 트럼피즘 극복 전면전에 나선 최 회장은 그룹이 설정한 청사진 'AI(인공지능) 토탈 솔루션'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며 팔방미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 캐시카우에 집중하기 위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더 기민한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해 설립한 북미 대관조직 'SK아메리카스', 올해 하반기 양산될 '6세대 HBM4' 등은 최 회장의 'AI 드림'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돈 잘 버는 기업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는 최 회장의 리더십이 AI 시대를 맞으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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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2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에서 좌담회에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美에 "한·미 시너지" 강조… 정상 외교 공백 메우는 '민간 외교관'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대미 통상 아웃리치(물밑 조율)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다. 최 회장은 백악관·미 재무부 고위 당국자 등에게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고 양국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백악관에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약 228조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고, (현지에)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양국이 조선, 에너지·원전, AI·반도체, 모빌리티소재·부품, 장비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시너지를 낼 것을 제안했다.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성김 현대차 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26명의 경제인이 포함된 사절단의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발표 직후 이뤄졌다. 미국의 관세 융단 폭격을 방어할 정상 외교가 사라진 상황, 최 회장의 우직한 리더십이 또 한 번 평가 받는 순간이었다.

최 회장은 2월 방미기간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학술대회에도 참석해 AI, 에너지 분야의 한·미·일 협력을 역설하기도 했다.

◇AI 올인하는 "한국의 젠슨"…'리밸런싱' 분업도 필살기

민간 외교관을 자처한 최 회장의 행보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교류하며 더욱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포가 덮치기 훨씬 전부터 SK그룹의 AI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세계 빅테크 기업 총수들과 소통에 나섰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AI 산업에 대한 확신이 SK그룹 총수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한국 경제 대표 주자로서의 행보에도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앞서 최 회장은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참석해 AI 리더십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AI 리더십을 주도하는 최 회장을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 빗대 "한국의 젠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AI 토탈 솔루션'에 올인하기 위해 SK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리밸런싱도 최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필살기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 배터리 등 신성장 동력에 힘을 실기 위한 리밸런싱 임무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겸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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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내 SK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SK그룹
최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 등 AI, 반도체, 배터리 등 신성장 동력에 힘을 실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최 회장이 AI 경영, 미국 시장 등을 비롯한 글로벌 경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최 의장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가동하며 분업이 이뤄진 덕에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SK의 리밸런싱 작업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밸런싱의 성과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을 중심으로 한 3사 합병으로 회사의 매출은 13조원에서 6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66조원의 절반 이상(33조원5000억원)을 미국에서 올린 SK하이닉스는 올해 '6세대 HBM4' 양산에 돌입하며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취업난도 고민하는 '사회적 가치 전도사'
최 회장은 트럼피즘 극복, AI 사업 재편 같은 사업 외에 저출산, 수도권 집중, 취업난 등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 제안에도 꾸준히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가치 전도사'를 자처한 최 회장은 최근 한 방송사의 한 다큐멘터리에 직접 출연해 지역 경제 회복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SK그룹이 사회성과인센티브 활성화를 위해 10년째 사회적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제고 고민의 결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직접적인 성과 보상이 단순히 기업 한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문화로 자리잡아야 국민 전체가 사회문제에 고민하게 되고 해결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진다 보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SK그룹의 AI 사업 재편은) 20여년 전 제조 서비스 전반에 IT가 들어올 때처럼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인력 재편이 맞물려 이뤄져야 해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미 기자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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