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업 인사이트] 유상증자, 고통 아닌 성장 지렛대… 오해 불식시켜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41301000739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4. 13. 17:22

2024112501002166000126051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전 증권학회 회장)
아시아투데이는 경영학·경제학·법학과 교수 등 기업 관련 전공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장 경영인들로 구성된 '한국경영인학회' 회원들의 칼럼을 '기업 인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실어오다가 탄핵정국으로 잠시 중단했는데 다시 시작한다. <편집자 주>

유상증자는 기업의 자본을 직접 확충하는 가장 전통적이고도 근본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유상증자에 대한 오해가 깊다. 특히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사례는 주가 하락과 투자자 반발을 유발하며 유상증자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그러나 유상증자에 대한 평가를 특정 사례의 단기적 결과에만 근거해 일반화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본질과 기업 경영의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유상증자의 가장 큰 특징은 주가 희석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상증자는 종종 부정적인 뉴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는 그 자금이 어떤 목적에 쓰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성장성 있는 분야에 투입되는 자금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주주에게 더 큰 수익을 안겨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단기적 희석은 장기적 수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상증자는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및 국내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LG화학은 2021년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였다.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설립, 헝가리 공장 증설, 전고체 배터리 라인 구축 등에 자금을 활용하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 이 같은 투자는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성장 흐름과 맞물려 LG화학의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 라인 확장에 나섰다. 이 자금은 PIM(Processing-In-Memory) 기술 등 미래형 메모리 제품 개발에 집중되었고, 이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단순한 생존이 아닌 기술 중심의 경쟁력 강화가 유상증자를 통해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도 유상증자의 성공 사례는 존재한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에 약 1조2875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였다. 당시 조선업의 불황으로 높은 부채비율과 고정비 부담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안정적 재무 구조를 마련하고, 이후 수주 확대와 생산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유상증자가 단순한 성장 자금 조달 수단뿐만 아니라 회생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유상증자는 기업의 존속과 성장, 혁신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다. 특히 기술 변화가 빠르고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외부 자금 없이 기업이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투자는 기업에 불가피한 선택이며, 그 과정에서의 유상증자는 감내해야 할 고통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제때 실시하지 못한 기업 중 상당수는 파산에 이른 반면, 자본 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위기를 넘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 경우가 많다. 자본 부족은 기회를 위기로 바꾸지만, 유상증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아직도 유상증자를 단기적 피해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장기 투자문화가 미성숙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유상증자 또한 올바른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주주와 기업, 시장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유상증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신뢰이다.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자본시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신현한 교수는…
1987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재무분야) 및 경영학 박사(재무분야)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대학 조교수,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 부교수, 뉴욕주립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재무관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롯데호텔, SK루브리컨츠, LG이노텍, GS건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수 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였고, 지금은 삼성SDS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성과평가위원,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위원, 코넥스 상공위원회 위원장 등 다수 위원회의 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채권관리위원,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2023년 한국증권학회장을 역임하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전 증권학회 회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