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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역사와 산업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따라 도시의 성장 방향이 결정되고,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 산업의 특성을 형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도 밀접하게 연결된 역사와 산업이 도시의 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된다. 1897년 무렵, 캐나다 클론다이크 지역의 '골드러시'를 맞아 많은 탐험가와 사업가들이 시애틀을 거점으로 삼았으며, 금을 찾으러 그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시애틀에서 물자를 구입하면서 상업과 서비스업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시애틀의 산업역사에 '빛'만 있었던 건 아니다. 1970년대 초반 보잉의 대량 해고를 알리는 "누가 시애틀의 불을 끌 마지막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슬픈 광고판이 유명해질 정도로 심각한 위기도 겪었다.
오늘날 시애틀은 하이테크를 자랑하는 비옥한 아이디어의 땅이며, 보잉(항공),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 아마존(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스타벅스(프랜차이즈)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거지로 더 유명한 곳이다. 엄청난 파급력의 기업혁신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덕분에 미국에
서도 가장 성장이 빠른 도시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고들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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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이는 1952년 2월 15일 몬트레이크에서 문을 열었다. 초기만 해도 1914년 발족한 시애틀역사협회가 수집한 유물, 문서, 사진 등이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시애틀과 퓨젯 사운드 지역의 보관자료 400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교육 및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2012년에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의 옛 해군병기창으로 옮겨 재개관하면서 아마존 닷컴의 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의 기부 덕택에, 박물관 내에 '베조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캐는 이곳에 무려 1000만 달러를 쾌척하며 '시애틀에는 혁신의 DNA가 있다. 혁신은 인류의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침으로써 시애틀이 계속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엄청난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방문객에게 미래의 역할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다음은 무엇인가(What's Next)'전시관에서는 개발 중인 발명품을 보여주고, '아이디어 랩'은 직접 자기 생각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호기심 많은 방문객은 쉽게 떠날 수 없도록 만드는 곳이다.
박물관의 넓은 아트리움에 들어서면, 아트리움 북쪽 끝을 관통하는 20m 높이의 놀라운 목(木)조각품 '바다에서 창공으로'를 만난다. 1916년 설립된 보잉사 최초의 상용기인 보잉 B-1(1919년 작), 시애틀 전투 중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1856년 미국 국기인 페티코트 플래그, 맥주회사 '레이니어 부루잉'의 네온사인도 보인다.
2층 전시실에 펼쳐진 25개의 시애틀 역사 속 '스냅 샷'을 거닐며, 관람객들은 '개척시대부터 현대까지' 시애틀의 역사에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름하여 '진정한 노스웨스트, 시애틀 여행'이라는 제목의 상설전이다. 1790년부터 극적인 환경, 다양한 인종, 더 넓은 세상과의 연결, 그리고 진보적인 정신이 어떻게 시애틀의 역사를 형성했는지 알게 하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시애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많은 양의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전시공간의 시작점에서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조슈아 그린 파운데이션 극장'에서 시애틀에 대한 7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면, 상설전 '시애틀 여행'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거기에서 모하이의 '지속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하이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해, 과거를 가르치고, 즐기면서, 현재를 뛰어넘는 꿈을 꾸겠다'는 차진 약속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혁신과 상상력의 전통으로 도시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각오 또한 숨기지 않는다. 수석 디렉터 레너드 가필드 또한, '모하이는 어떻게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지에 대해 얘기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 도시의 이야기와 시민의 향수(鄕愁)가 어우러져 있는 박물관을 찾는 것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가장 빠른 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물관은 관심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이곳에서 새삼 깨우쳤다. 시민과 같이 활력을 되찾고, 멋있게 늙어가듯 되돌아보는 즐거움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공감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박물관'이리라.
김정학 前 대구교육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