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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트] 창원축구센터, 축구전용구장의 현재와 가능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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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4. 12. 17:20

화려하진 않지만, 도시와 함께 숨 쉬는 경기장
‘작지만 단단한’ 공간이 한국형 전용구장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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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수요에 맞춘 설계로, 지속 가능한 전용구장의 모델이 되는 창원축구센터.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축구전용구장'이라는 단어는 한국 축구 인프라에서 오랫동안 희망이자 과제로 공존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사례는 많지 않다. 관중과 필드 사이를 육상 트랙이 가로막는 순간, 축구는 경기장의 중심이 아닌 '공존하는 종목 중 하나'로 밀려난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가변석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관람 시야는 다소 나아질 수 있어도, 경기장이 축구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의미의 전용구장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구조적으로 '축구를 위해 태어난' 공간만이 그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창원축구센터는 더욱 주목할 만한 공간이다. 2009년 문을 연 이 경기장은 육상 트랙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축구전용구장이다. 현재 K리그2 경남FC와 K3리그 창원FC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창원시의 규모에 비춰보면 결코 작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과하지도 않은 '현실적인 크기'를 지녔다.

무엇보다 창원축구센터는 '축구를 위한 구조'라는 본질에 충실한 공간이다. 관중석과 필드 사이의 거리가 짧아, 공이 스치는 소리, 선수들의 외침, 감독의 지시까지 생생히 전달된다. 단순히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경기의 흐름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이 가능한 구조다. 팬과 선수, 응원과 퍼포먼스, 함성과 동작이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오가며 응원 문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는 지역 연고팀과 팬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단단히 묶어주는 토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창원축구센터는 '한국형 축구전용구장의 기준'으로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전국에 세워진 대형 경기장들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지역과 규모, 수요에 걸맞은 설계를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 있다. 더군다나 창원종합운동장, 수변공원, 야외 체육시설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시민의 여가와 스포츠가 만나는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경기 날이면 경기장 주변이 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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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과 필드 사이 거리가 짧아, 공 소리부터 선수의 외침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창원축구센터.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시설의 노후화는 분명한 과제로 남아 있다. 개장 후 15년 가까이 큰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중석 지붕이 일부 구역에만 설치돼 있고, 간이 형태로 운영되는 매점과 제한된 휴게 공간은 관중 경험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장의 구조는 전용구장의 미학을 충분히 갖췄지만, 관중 친화적인 인프라는 그에 걸맞게 따라오지 못한 상태다.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 역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단순히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경기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손봐야 할 항목들이 명확하다.

다행히 창원시는 최근 이 시설 개선을 위한 국비를 확보하고, 조명 등 주요 항목에 대해 점진적인 보수 작업에 나서고 있다. 창원축구센터가 단순한 '관리 대상'을 넘어, 도시의 스포츠 정체성을 담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는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어떤 전용구장을 원하고 있느냐다. 화려한 외관이나 거대한 관중석이 아니라, 지역의 규모와 팬들의 체온에 맞춰 설계되고 운영되는 '작지만 단단한' 공간. 축구가 도시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축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전용구장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창원축구센터는 축구전용구장의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는 경기장 중 하나다. 이곳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구조적인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이 경기장은 도시와 호흡하고, 축구의 밀도를 담보하며, 나아가 축구가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조용히 채워왔다.

한국형 전용구장이란 결국, 각 도시가 감당할 수 있고, 팬들이 즐겨 찾고, 구단이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규모와 구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원축구센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더 보태기보다는, 지금의 가치를 지키고 다듬는 일. 지금 이 순간, 그것만큼 중요한 축구 인프라 투자가 또 있을까.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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