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시 헌재 보수 비율 우위 구도
거센 반발 속 탄핵 여부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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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 대행은 이 처장과 함 판사를 지명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야권이 그토록 임명을 촉구했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한 대행은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우선 이 처장과 함 판사 지명 배경에 대해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라는 점 △경찰청장 탄핵 심판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 결원 사태가 이어질 경우 대선, 추경, 현안대응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직격했다.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해 '현상유지' 수준에 그쳐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소한의 권한행사를 넘는 임명이라는 비판이다. 마 후보자의 경우는 국회가 선출한 인사를 임명하라는 차원에서, 불임명이 '직무유기'이자 '위헌'이라고 민주당은 지적한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 일동은 "오는 6월 3일 선출될 대통령에게 후임 헌법재판관 인사권을 온전히 넘겨야 한다. 이미 마 후보자 임명으로 헌재는 심판정족수를 충족했다. 대통령 파면 이후 민주적 정당성을 가장 크게 갖는 기관은 국회"라며 "한 대행의 저의는 무엇인가. 재차 탄핵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심인가"라고 일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다"며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권한대행의 권한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민주당의 이 같은 반발은 이 처장과 함 판사의 출신과 정치적 성향에 근거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 처장의 경우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된다. 윤 전 대통령 검찰총장 당시 총장 징계 취소소송을 맡은 바 있으며 김건희 여사의 모친 등 처가 의혹 관련 소송에서도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야권에선 이 처장이 '내란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함 판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드루킹 댓글조작'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한 판사다. 김 전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했다고 판단한 것.
무엇보다 야권은 이번 지명이 헌재 보수 성향 재판관의 비율을 높이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 듯하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탄핵에 대해선 우선 신중한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탄핵이라는 큰 아픔을 겪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정도만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조기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또 탄핵카드를 꺼내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