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비전·한화오션·현대로템 등 방산도 순매수…"관세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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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 영업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9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코스피가 6.5% 급락한 지난해 8월 5일은 물론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의 순매도다. 다만 외국인은 한국전력은 264억원, 한화비전은 160억원, 한화오션, 두산은 각각 138억원, 137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대상이 된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국가 시스템 유지와 전략 산업 수출에 직결된 인프라형 업종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텔레콤도 69억원 순매수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중 무역 마찰이 다시 격화되는 상황에서 관세 충격에 비교적 자유롭고 장기적으로도 수요가 유지되는 분야에 베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의 이 같은 순매수는 환율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3.7원 오른 1467.8원에 마감하며 5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고환율 구간에서는 수출 중심 산업군이나 요금 기반 공기업의 이익 레버리지가 커진다. 이로인해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반도체가 큰 타격을 받고,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방산 업체나 전력·통신처럼 요금 체계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기업에 외국인 수급이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한국전력은 이날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최근 고환율에 따른 수익 구조 개선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실적 반등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전망으로 1분기 역대 최고 이익"이라며 "지금은 방어주로서의 가치에 주목해야 하며, 한전은 최고의 주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안 카메라와 영상인식 기반 AI(인공지능) 시스템을 제조하는 한화비전은 지정학 리스크와 안보 이슈가 부각되는 국면에서 관심이 쏠렸다. 한화오션은 중동·동남아 지역에서의 방산 수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전차·전동차 등 군수와 인프라를 동시에 담당하는 산업 특성상 수요 타격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업종에 대해 "방산업체의 미국 수출은 규모가 크지 않아 관세 영향과 무관하다"면서 "전세계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군비증강 기조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수출 파이프라인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