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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디딤돌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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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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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며칠 전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강남구 가로수 길 인근의 한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몇 달째 실직 상태로 생계에 곤란을 겪던 이 남성은 지난해 긴급복지지원 제도의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예산 문제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현행 소득보장제도에서 누락된 이 남성은 결국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 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각지대와 빈곤의 함정은 빈곤 대책의 중요한 두 가지 문제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빈곤층인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121만 가구 중에서 72%인 88만 가구가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주로 근로 능력이 없는 고연령 가구를 주 대상으로 최소한의 생계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빈곤층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소득으로 빈곤 위험에 상시로 노출돼 있는 집단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책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근로동기의 약화로 빈곤의 덫에 갇히는 것이다.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급여액의 상당 부분이 감소해 일할 동기를 찾기 힘든 구조다. 기존 제도에서도 근로유인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수급자가 수급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 함정에 빠질 수 있다.

2022년부터 3년간 시행되고 있는 서울시의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은 현행 소득보장 제도의 한계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업이다. 우선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소득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로 대폭 올려 빈곤층뿐만 아니라 저소득 불안층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보장수준도 현행 생계급여의 32%에서 42.5%로 올려 훨씬 두툼한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근로소득공제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고 기준소득을 초과해도 수급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은 빈곤 함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으로 평가된다.

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디딤돌소득 제도의 확대를 고려한다고 한다. 고질적인 현행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형 소득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시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디딤돌소득과 현행 제도와의 정합을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시범사업과 같이 기준중위소득 85%를 기준으로 디딤돌소득을 지급할 경우 생계지원형 현금성 급여를 포함한 12개의 제도를 통합하고, 24개의 제도를 연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제도 간 중복 지원을 방지하고 사회서비스 등을 연계하면 효과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대할 때 추가 재정소요액은 약 13조~36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규모다. 기존 제도와의 적극적인 연계와 통합, 그리고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추가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득보장이 단순히 생계비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의 총체적이고 기본적인 생활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지원·교육훈련 등의 사회서비스와의 촘촘한 연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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