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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ETF 과열에 금감원 실태 점검…거래 양극화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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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5. 04. 01. 18:24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유사 ETF 범람·과도한 보수 경쟁" 경고
"상품 이름 아닌 구성종목·구성비율·상장폐지 가능성 따져야"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YONHAP NO-1980>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유사 테마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과열 경쟁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테마는 비슷하지만 거래 규모나 성과는 천차만별이고, 투자자 혼란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상황이 시장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ETF 시장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1일 열린 자본시장 현안 설명회에서 "과도한 보수 경쟁, 유사한 상품의 난립, 투자자에 대한 충실한 정보 제공 부족 등 건전한 성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함 부원장은 "일반적인 보수 인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 기업 간의 특정 ETF에 대한 경쟁, 이를 둘러싼 바이럴 마케팅 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금융위와 함께 ETF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은 나오는 배경은 최근 ETF 시장에서 특정 테마가 주목받을 경우 유사한 콘셉트의 상품이 운용사별로 잇달아 상장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비만치료제, 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키워드를 내세운 ETF를 동시다발적으로 출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비만치료제 테마 ETF를 각각 2주 간격으로 상장했다. 이들 ETF의 최근 1년간 누적 거래대금을 보면, 삼성운용 7595억원, 미래에셋운용 6963억원, KB운용 594억원이었다. 상장 시점과 무관하게 KB운용 ETF 거래대금이 삼성, 미래에셋운용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에 그치는 등 두 대형사의 독주가 형성돼 있다.

반도체 공정 ETF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이 2023년 11월 출시한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2조6133억원의 누적 거래대금을 기록했지만, 후발주자인 신한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관련 ETF의 거래대금은 각각 2911억원, 320억원에 그쳤다. 유사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먼저 상장한 상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유사 ETF가 출시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간 실질적인 차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테마와 상품명이 유사하지만 실제 포함 종목이나 운용 전략, 수수료 구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는 '비만치료제', '반도체 공정'처럼 키워드는 유사해도 실제로는 구성이나 비중이 크게 다른 경우도 많다"며 "특히 상장 초기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품에 잘못 진입하면 원하는 시점에 매매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이 격화되면서 ETF 수수료 인하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0.01%대의 초 저보수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일정 기간 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 이벤트성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행태가 단기 마케팅에 그칠 경우 상품 관리의 내실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ETF는 상품명이 비슷해도 수수료, 종목 구성, 유동성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단순 테마나 이름만 보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을 계기로 ETF 시장 내 상품 구조와 경쟁 관행을 분석하고, 필요시 제도 개선 방향도 검토할 방침이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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