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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X부문 TV 사업의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 비용은 7조5825억원으로, 5조8624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29.3% 증가했다. 원재료값에만 2조원가량을 더 쓴 것이다. 이 기간 디스플레이 매입액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1.2%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약 11%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상승폭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의 LCD 주요 매입처는 중국 패널 제조사인 CSOT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 업체들이 모두 시장에서 철수하며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대만 AUO가 중국을 대체할 만한 곳으로 꼽혔지만, CSOT에 견줄만한 생산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시장 지배력 악화로 LCD 패널 투자도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거거익선' 수요에 맞는 115형 이상 LCD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도 CSOT가 유일하다.
중국의 LCD 시장 지배력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1위 국가다. 10%에 그치는 한국보다 6배가 많은 점유율이다. 여기에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매각한 중국 광저우 LCD 공장까지 CSOT가 사들이면서 향후 중국의 LCD 독점 체제는 더 거세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자국 TV 업체들에 삼성전자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LCD를 납품한다는 점이다. 패널과 TV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서다. 대표적으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최종 인수한 CSOT의 경우 그룹 계열사로 TV 완제품 업체인 TCL을 두고 있다. 또 다른 패널 업체 BOE도 하이센스 등 완제품 업체와 TV를 공동 개발하면서 협업하고 있다. 중국 TV 업체들이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TV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 TV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17.6%로, 지난 2020년(21.9%) 대비 4.3%포인트 줄었다. 매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줄어든 점유율은 중국 업체들이 흡수했다. 지난해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업체 3곳의 점유율은 처음으로 한국 점유율(28.4%)을 앞지르기도 했다.
강성철 한국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OLED TV가 주류로 자리 잡는 걸 기다리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한계가 있고, 대만 AUO는 현재 LCD 투자를 멈춘 상태라 지배력이 지속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LCD를 가지고 오는 지금으로선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iLED 등 차세대 TV 시장을 새롭게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