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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ISS ‘묻지마 반대’에 길어지는 금융권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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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3.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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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무더기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일부 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한 것인데요. 반복되고 있는 ISS의 '묻지마 반대'에 금융권은 우려의 목소릴 내고 있습니다.

ISS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자문을 제공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입니다. ISS의 의견에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기관투자자 2000여곳이 ISS의 자문을 받고 있는 만큼 영향력은 지대하죠.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내 금융권에서 ISS는 매년 주총 시기마다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올해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앞서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이들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가결됐지만, ISS가 반대 입장을 밝힌 후보들에 대해선 반대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었죠.

이는 ISS가 내부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견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SS의 한국 의결권 지침서를 보면 '중대한 법적 판단이나 기소', '경영진·이사 교체의 미흡'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문제가 되는 후보, 혹은 전체 이사회 후보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ISS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 것도 라임펀드 사태, DLF 사태에 대한 사법 리스크와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물론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보면 ISS의 결정에도 일리가 있지만, 주총을 통해 경영진을 꾸리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 책임이 가려지지 않은 사안이나, 이미 종결된 사안을 근거로 매 주총 시기마다 기계적으로 일단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금융사에 부담으로 작용할뿐더러, 투자자들에게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4대 금융그룹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61.7%로, 국내 대기업 평균 외국인 지분율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ISS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국내 금융과 관련된 사안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의 권고를 믿고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자문을 받는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될 수 있죠.

국내 금융사들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책무구조도 마련과 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역할을 부여하며 자구책을 마련해나가고 있죠. ISS도 변화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행보에 발 맞춰 기계적 반대가 아닌, 진정 주주의 권익을 위할 수 있는 판단과 권고를 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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