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강론 한계
트럼프 '젤렌스키, 전쟁 책임' 주장 한국전쟁 유도론 유사
미 자동 개입 '인계철선' 주한미군 중요성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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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광물 협정 체결을 거부하면서 트럼프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설전을 벌인 결과, 일정을 취소당하고 쫓겨나다시피 워싱턴 D.C.를 떠난 지 사흘 만이고, 트럼프의 지시로 미국의 군사원조 물자 수송이 중단된 당일 나온 소식이다.
젤렌스키는 1994년 12월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양해각서', 2014년 9월 및 2015년 2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전 중단 및 자치권 보장 '민스크 Ⅰ·Ⅱ협정' 등을 거론하면서 종신 차르(Czar·제정 러시아 황제) 블라디미르 푸틴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지만, 미국에 감사할 줄 모르는 무뢰한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젤렌스키는 백악관을 떠나 곧바로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2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만나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도로 지상군을 포함한 군사 자산을 투입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결성 약속까지 받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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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과 밀월 관계를 형성하려는 트럼프로부터 항전을 위한 계엄령으로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불리는 수모도 당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책임이 푸틴과 '거래'하지 않은 젤렌스키에게 있다는 주장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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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및 평화협정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세계 경찰의 역할을 축소 또는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집권 기간에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대표적인 글로벌주의자로 표적이 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일 런던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지만, 이는 오직 힘 위에서만 구축될 수 있으며 힘은 우리 자신의
강화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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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리처드 닉슨 미국 행정부와 '베트남전쟁 종결과 평화 회복' 협정에 서명한 북베트남은 미군이 떠난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을 1975년 4월 30일 점령했다.
젤렌스키의 절박감은 한국전쟁 휴전의 조건으로 받아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1953년 10월 1일 체결한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나 사이공 함락 전날 "김일성이 남침하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한 박정희 산업화 대통령의 '결의'를 연상한다.
다만 미군이 참전하거나 주둔하지 않고 있어 침공을 당했을 때 미국이 자동 개입하게 하는 '인계철선'이 없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그 지위를 흔들 수 있는 그 어떤 시도도 저지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