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간이 진행 불가능…녹취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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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법관 인사 이후 열린 첫 재판으로, 공판 갱신 절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대법원이 지난달 공포한 개정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재판부는 공판기일에서 녹음물에 대해 듣지 않고 녹취서 조사로 증거조사를 갈음할 수 있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녹음물과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들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양측이 동의할 경우 재판부가 그동안 이뤄진 증거조사 내용을 양측에 알리는 등 간이한 방식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재판부가 이날 간이 진행에 대한 양측 의견을 묻자 검찰 측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의 의견은 달랐다.
이 대표 측은 "재판부에서 복잡한 내용·구조의 사건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게 앞으로의 원활한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는 게 필요하단 생각에서 원칙적으로 원래의 방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갱신 절차 간이 진행에 동의한 데에 대해선 "지난해 변론 갱신 당시에는 재판부가 전원 변경된 것이 아니었다"며 "또한 (지난해 동의했던) 현실적 이유는 이 대표가 출마한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당시 재판장이 갱신은 간략히 하되 이후 증인신문 기일은 증거방식 조사를 채택해 진행하실 것처럼 말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역시 "주요 증인들에 대해서는 녹취록을 함께 들어보는 게 조서만 보는 것보다 현 시점까지 이뤄진 앞선 재판의 모든 결과물을 넘겨받는다는 의미에서 적어도 증인신문이 이뤄진 주요 증인들의 녹음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이) 갱신 절차 간소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간이한 방법으론 진행 안 되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면서도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모든 녹음을 일일이 듣지 않고 녹취록 조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중재했다.
결국 이 대표 측이 간이 갱신 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대장동 재판은 원칙적인 갱신 절차를 밟게 됐다. 대법원의 재판 지연 해소책이 이 대표의 재판에는 사실상 예외적으로 적용된 셈이다. 아울러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서류 미수령 등 앞선 선거법 재판에서도 다양한 재판 지연 꼼수를 활용했던 만큼 이번 간이 갱신 부동의 역시 이 같은 지연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간이로 진행됐던 갱신 절차 역시 한달여가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갱신 절차는 이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대표 측이 잦은 녹음 청취를 요청할 경우 재판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