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합종연횡 '이이제이' 집중
신세계 이커머스 약점 보완 주력
CJ와 제휴로 물류비 절감 등 성과
中 알리바바그룹과도 손잡아
G마켓 글로벌 판로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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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커머스 사업 리빌딩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전략은 '이이제이(以夷制夷)'였다. 무리한 투자 대신 이커머스 분야에서 신세계의 약점을 '합종연횡'을 통해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CJ그룹과 물류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는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했다. 이커머스 리빌딩에 주력한 지난 1년의 성과물이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신세계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리빌딩' 주력한 1년
이커머스는 지난 10년여간 신세계그룹이 잔뜩 공을 들였던 분야다. 2014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합쳐 SSG닷컴을 만들고, 2021년 6월 G마켓을 3조4400억원에 사들이면서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G마켓 인수 후 온라인 사업 매출액과 총거래액(GMV)은 성장 흐름을 탔지만 적자는 심화됐다. SSG닷컴의 적자 규모도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이에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커머스 리빌딩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았다. 대신 경쟁사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이커머스 분야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게 CJ그룹과의 제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6월 SSG닷컴의 쓱배송,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모든 물류 시스템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넘기는 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SSG닷컴의 물류센터 '네오' 2곳과 오포센터 1곳 운영을 CJ대한통운이 맡는다. 스마일배송, 스타배송 등 G마켓의 택배 서비스도 CJ대한통운이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류 운영 원가를 절감하고,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SSG닷컴은 수익성 개선 전략을 추진하면서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50억원 흑자를 처음 달성했다. 전년 대비 345억원 개선된 수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핵심인 '물류'는 외부(CJ대한통운)에 맡기고, 우리는 상품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와 협업…시장 판도 바꾼다
정 회장이 추진한 '이커머스 리빌딩' 두 번째 프로젝트는 중국 알리바바그룹과의 협업이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과 손잡고 일거에 G마켓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신세계그룹은 올 상반기 중 알리바바와 각각 50%씩 현물출자 방식으로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신설 예정인 통합법인(JV)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둘 예정이다. 신세계는 이마트 등이 보유한 G마켓 지분 100%, 알리바바 측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한다. G마켓과 옥션이 이베이코리아와 신세계그룹 밑에서 독자 운영을 했던 것처럼 JV 편입 이후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G마켓 플랫폼은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G마켓은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중소판매자들에게 글로벌 판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 상품 구성에 집중하는 등 오픈마켓으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예를 들어 G마켓 셀러들은 보다 쉽게 알리에 입점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투자회수를 위해 수년 내에 JV를 기업공개(IPO)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IPO가 어려울 경우 알리바바 측이 신세계 측이 보유한 G마켓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