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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트럼프 2.0, 폭풍 넘으려면 파도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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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3. 04. 06:00

제2회 아시아투데이 K-산업비전포럼 개최
강승규 의원실 주최 ‘트럼피즘 2.0 넘어라’
26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서 통상전문가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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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동차 관세 폭탄에서 빠질 수만 있다면야, 트럼프 발바닥이라도 핥겠습니다."

2019년 초, 서울 모처에서 예정에 없이 만난 통상교섭본부장의 한마디에 다들 웃었지만 그는 비장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긴급하게 수입에 제한을 걸거나 고율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휘두르며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 으름장을 놨다.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통상당국은 연일 철강 규제 대응 아웃리치로 피로함을 호소하면서도 자동차 25% 관세폭탄을 막기 위해 다시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참이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한류, K팝을 이용해 현지 정관계 인사들의 자녀들을 공략하고, 모 하원의원이 좋아하는 야구팀에 대해 준비해뒀다 화장실에서 슬그머니 멘트 해 환심을 산 비밀작전 같은 얘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전세계 통상과 관세를 둘러 싼 거대한 전쟁이 미국의 물밑에서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위기는 재연되고 있다. 다음달 트럼프 2.0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폭탄이 날아든다. 자동차와 반도체, 제약 등에 관한 보편관세, 상호관세 발표다. 정쟁이 오가는 국정 공백 속에서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경제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는지 그날 더 명확히 알게 된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미국의 관세폭탄이 발표되는 4월 2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오는 26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트럼피즘 2.0 넘어라'를 주제로 한 제2회 아시아투데이 K-산업비전포럼을 연다. 국내 경제·통상 전문가들을 한자리에서 불러 트럼피즘 불확실성을 짚어보고 맞춤형 전략을 구상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임박한 車·반도체 25% 관세… 골든타임이냐 데드라인이냐

3일 삼성과 SK, 현대차와 LG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모두 갈아치워 질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모든 수입 자동차와 반도체, 제약 등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산업에 균형을 맞추는 개념의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으름장에 우리 산업계가 특히 비상인 이유는 수년새 미국에 대한 우리 경제 의존도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연간 기준으로 1278억달러로 7년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20여년간 1위를 유지한 중국(1330억달러)을 바짝 따라 붙었다.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 정부가 기를 쓰고 미국산 에너지나 군수품 등의 수입을 검토하며 대미 흑자를 줄이려는 이유다.

우리 기업들에 기회는 없을까. 트럼프는 25%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미국으로 들어 올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를 안 매긴다는 적나라한 표현까지 이어졌다. 현대차는 이미 26조원을 들여 현지 전기차 거점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조지아에 짓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 테일러 등에 2030년까지 약 54조원에 쏟아부을 계획을 밝혔고 SK도 SK하이닉스를 통해 5조6200억원 규모 인디애나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또 이들 삼성과 SK, LG는 현지 배터리 공장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10년여만에 호황을 맞은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기대감이 무한대로 증폭 중이다. 중국 상선 입항시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추징하겠다는 소식 역시 해운과 조선에 호재로 볼 수 있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내수를 넘어선 한화그룹의 방위산업은 조선업과 호흡을 맞춰 국방비로 연 1000조원씩 쓰는 미국시장 진출을 고대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AI 시대, 2035년까지 미국 송전망 투자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 속 중국 전력기기 수입 제한 조치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감도 우리의 몫이다. LS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체들은 '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RE100'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화와 OCI 등 태양광 기업들의 기대를 키운다.

떠올려 보면 우리 경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비장함과 절박함이 빚어 낸 기적의 역사다. 모두가 말리던 철강과 조선, 그리고 반도체와 원자력이 지금 전세계를 주름 잡을 수 있던 건 악착 같은 우리의 집념 속에서 가능했다. 트럼피즘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 데드라인으로 바뀌기 전 더 절박하게 달려 들어야 하는 이유다.

◆폭풍우가 지나면 명확해진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역경을 극복하고 예상치 못한 기회를 포착하는 새옹지마 인생사가 매력적이다. 포레스트는 베트남 전쟁서 전사한 친구 '버바'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앨라배마에서 새우잡이 배를 구입해 첫사랑 이름인 '제니'로 명명한다. 야심찬 출발과 다르게 실패를 거듭했지만 운명을 바꾼 건 1974년 9월, 미국 해안에 상륙한 허리케인 '카르멘'이다. 이 강력한 폭풍우가 인근의 새우잡이 산업을 황폐화 시킬 때 포레스트와 동료 댄 중위는 바다에서 폭풍에 맞선다. 댄 중위가 돛대에 몸을 묶은 채 외치는 분노의 명장면을 다들 기억할 거다.

그렇게 폭풍우가 지나자 앨라배마 인근에서 물 위에 떠 있는 새우잡이 배는 '제니'가 유일했다. 정박해 있는 배들이 폭풍의 강도가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다 결국은 충돌로 완파 됐지만 태풍 위 사투를 벌인 배는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고 돛을 조절하며 때로는 과감히 항로를 변경하며 파도를 탄다. 포레스트는 경쟁자들이 사라진 독점 상황에서 엄청난 양의 새우를 잡을 수 있게 됐고 '버파 검스 새우 회사'를 설립,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

예측 불가한 미국의 정책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오히려 새 도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끊임 없이 상황을 모니터링해 정보를 수집하고 유연하게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때로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학계, 언론, 업계 파트너, 심지어 경쟁사와도 손 잡을 수 있다.

누가 얼마나 잘 대응했는지는 폭풍이 지나면 윤곽이 나온다. 넘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정학 리스크를 전담하는 글로벌 전략실을 따로 꾸리고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한 기업이 있다. 이미 만반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 놓은 곳도 있다.

아쉬운 대목은 정쟁으로 뜨거운 국회와 국정 공백 상태의 정부다. 트럼프 1기 당시 우리는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다 달려 들어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한 목소리를 내느라 바빴다. 필승의 전략은 아니더라도, 불태(不殆,위태롭지 않다)의 전략을 짜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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