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조직문화 개선 우선
'수년째 제자리' 비이자이익 성장에
인니법인 등 글로벌 흑자전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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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이환주 행장의 목표는 '리딩뱅크 탈환'이다. 취임사에서도 'KB의 저력과 NO.1 DNA'를 강조한 만큼 올해는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내부통제 강화와 비이자이익 확대, 글로벌 실적 반등 등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조251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대출 자산의 안정적 증가로 이자 수익이 늘었지만, 작년 상반기 홍콩 H지수 ELS 손실 여파로 8000억원대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익이 감소했다.
일회성 비용 탓이라고 하지만, 리딩뱅크에는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리딩뱅크에 오른 건 지난 2021년이 마지막이다. 상당 기간 리딩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환주 행장은 리딩뱅크 탈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 회의에서 그는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은행 영업모델에서 수익성 다변화를 통해 리딩 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고객가치 중심의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우선 과제는 고객 신뢰 회복이다. 작년 홍콩 ELS 사태와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1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만 4건이 발생, 총 피해 규모가 700억원에 육박하면서 이로 인한 일회성 비용(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에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책무관리 RM 제도 신설, 고위험 Biz 테마점검 강화, 현장 중심의 실질적 내부통제 점검,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수년째 1조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비이자이익의 성장도 이끌어야 한다. 국민은행의 작년 수수료이익은 1조1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감소,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ELS 판매 중단으로 신탁 부문에서 수수료가 약 600억원 줄었다.
문제는 신탁 부문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이 늘었지만 올해에도 성장세가 지속될지 미지수인 데다, 자산관리·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격해진 것도 수익 증가를 어렵게 한다. 시중은행 중에선 여전히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타 은행보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
글로벌 순익도 반등이 필요하다. 국민은행의 글로벌 순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법인 5곳에서 누적 순손실 7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인수한 인니 법인(KB뱅크)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전체 글로벌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글로벌 순익이 은행 손익 비중에서 20%를 차지하며 실적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다행인 것은 KB뱅크의 이자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부실채권 매각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이에 새 사령탑 '영업·재무통' 이환주 행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KB라이프생명 대표 재임 당시 호실적을 거두면서 경영 능력을 받았고, 은행·비은행 일선을 두루 거치면서 비이자이익 다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특히 비은행 부문 노하우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와 재무관리에도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대적으로 예방중심의 내부통제 체계 개선과 FDS 고도화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글로벌 부문에서도 부실여신 감축과 ALM(자산부채관리) 개선,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으로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