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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수용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 세태는 금융감독원이 자초하지 않았을까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이 제기한 문책경고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금융위원회가 패소하자, 최근 항소하며 상급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전 사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결정했었죠.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도 2023년 11월 라임펀드 사태로 인해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1심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박 전 사장 징계 건도 항소하며 고등법원으로 끌고 갔습니다. 대법원 판단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1~2년은 더 남은 셈입니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로라하던 증권업계 CEO들이 징계로 인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물론, 향후 수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징계는 더욱더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국의 과잉 징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준수 위반 등으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중징계 결정을 했지만, 두 CEO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 최종 징계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죠.
금융사 CEO가 징계를 받게 되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더해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게 관행 아닌 관행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금융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영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선 재판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다, CEO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죠. 게다가 능력 있는 인사들이 타의로 자리를 떠나게 되면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아쉬운 현실이 되는 것이죠.
정 전 사장은 메리츠증권 고문으로 가게 됨에 따라 자신의 주특기인 IB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박 전 사장은 지난해부터 SK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아직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임기가 오는 6월 만료됩니다. 항상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거나 문제가 분명한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해서는 단호한 징계를 내려 금융당국의 영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또 금융권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융사 CEO의 징계에 대해선 좀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