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손실에도 수수료 0원 혜택
수백억 마케팅비까지 출혈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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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촉발된 국내주식 수수료율 경쟁에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키움증권까지 참전하기로 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 역시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수수료율 인하 경쟁이 수수료익은 물론 광고선전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현재 0.015%의 국내주식 매매 수수료율을 내달 4일부터 인하한다. 세부적인 조정폭 등은 최종 조율을 거친 뒤 이른 시일 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약 17년간 유지해왔던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배경에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낮은 넥스트레이드 체결 수수료율을 현행 수수료율에 새롭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체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증권사 간 국내주식 수수료 경쟁이 점화됐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은 그간 유관기관 수수료율을 포함해 징수하던 국내주식 매매수수료 체계를 내달 4일부터 분리 징수하는 방안으로 개편하며 국내주식 기본수수료율도 소폭 인하하기로 했다.
온라인 수수료율의 경우 다이렉트 등 영업점 외 관리계좌는 0.014%에서 0.010%으로, 영업점 관리계좌는 0.14%에서 0.136%으로 변경한다. 오프라인 수수료율은 0.49%에서 0.486%으로 조정한다. 개정된 수수료율에 거래소별 수수료율이 차등 적용되더라도 기존 수수료 대비 인하됐다는 게 미래에셋증권 측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체거래소 도입 후 거래소 및 주문별로 유관기관비용이 다르게 적용됨에 따라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것"이라며 "투자자에게 추가 혜택까지 제공하기 위해 기본수수료율도 인하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25일 넥스트레이드 거래수수료를 내달 4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주식매매수수료율을 거래금액별 차등 체계에서 일괄 동일 체계로 변경하며 사실상 소액 투자자의 수수료를 인하하고, 거래소별 수수료율 차등만 두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추가적인 조치다.
이는 넥스트레이드가 4월 30일까지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따라, 고객 혜택 확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자사 수수료율에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내주식 매매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타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내증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대체거래소 출범 이슈까지 겹친 만큼 리테일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1000억원 수준의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수수료 0원' 혜택을 내년 말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국내주식 매매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이 '치킨 게임'으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사실상 무료 수준이나 다름없는 0.01%대의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수백억원 대의 마케팅 비용까지 지출해야 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은 수수료익은 물론 광고선전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까닭은 리테일 점유율 확보를 위한 투자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