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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 실력·인품 최고였던 ‘거장’, 하늘의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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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2. 26. 13:48

24일 타계한 로버타 플랙은 '더 퍼스트 타임…' '킬링 미' 등으로 유명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발굴…그래미 대기록 작성으로 음악성 인정받아
로버타 플랙
지난 24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로버타 플랙은 R&B와 소울, 재즈의 결합으로 대중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싱어송라이터다. 사진은 고인이 지난 2010년 열린 제52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AP·연합뉴스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1971년 개봉 당시 돈은 벌었지만 고만고만한 치정극에 불과했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가 영화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으로 남게 된 배경에는 주제가의 몫이 크다.

평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따르면 이 작품의 촬영이 끝날 무렵 이스트우드는 투자·배급사인 유니버셜로 가는 차 안에서 '넋을 잃을 만큼' 끝내주는 노래를 듣는다. 앞서 유니버설로부터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를 '어둠 속에…'의 두 번째 주제가로 삽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단칼에 물리친 뒤 곡 선정에 골머리를 앓던 그는 동네 마트 구석의 음반 코너에서 이 곡이 수록된 1.38 달러짜리 음반을 극적으로 찾아내고 삽입을 결심한다. 그 노래는 바로 로버타 플랙이 부른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우 유어 페이스'(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였다.

강렬하고 음울하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감미로운 음색으로 1970년대 초중반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플랙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향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22년 근위축성 측상경화증(ALS·루게릭병) 투병 사실을 알리며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고 고백한지 3년만으로,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한다.

고인이 남긴 음악적 업적과 유산은 어마어마하다.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우 유어 페이스'과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으로 1973년과 197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2년 연속 거머쥐었는데, 이는 유투(U2)가 2001~2002년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와 '워크 온'(Walk On)으로 두 차례 이 상을 받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던 대기록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디바' 비욘세를 비롯해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로린 힐 등은 자신들이 플랙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 후배 팝스타들이다. 이들 중 힐은 3인조 혼성그룹 푸지스로 활동하던 시절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을 힙합 분위기로 리메이크한 '킬링 미 소프트리'(Killing Me Softly)를 발표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한편 플랙은 엄혹한 시기를 견뎌낸 흑인 아티스트답게 인종 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말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 학교를 세워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재능 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과 인품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됐기에 더 아쉽고 더 허전해지는 거장의 죽음이다. 오늘 밤에는 모처럼 그의 노래가 담긴 LP를 꺼내어 턴테이블에 걸어야겠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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