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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를 거쳐 민주화를 쟁취한 우리나라는, 권력분립의 틀 속에서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집권 세력에 종속된 사법부가 법의 이름으로 정적 숙청에 앞장서 왔던 굴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법의 지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로 부여된 사법권력의 독립성에 미뤄 그 동안의 법의 지배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치·사회적 갈등의 중재자이자 최종 판단자로서, 사법부가 역할할 것'이라는, 법학자들이 인정하는 보편적 경향성이 무너지고 있어서다. 국민에겐 '법 앞의 평등' 보단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더 먼저 떠오른다.
오히려 사법부가 권력화 한데 따른 부작용은 넘친다. 이는 사법권력을 통해 정치적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국한하려는 정치권력과 결탁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법학자들은 선거에서 패배한, 권력을 놓친 야당일수록 이같은 '정치의 사법화' 동기가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정권을 내준 후 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작태와 닮았다.
대통령·감사원장·방송통신위원장은 물론, 이재명 대표 기소 검사까지 탄핵을 남발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사법화 시도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판결에 책임지지 않는, 편파적 판사들의 협조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법원 내 사조직 다름 아닌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앞으로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사법적 포퓰리즘'은 무죄추정 원칙과 법에 의한 인권보호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구속과정에서의 불법·위법 논란, 탄핵심판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 요구가 묵살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마저 무시한 헌법재판소다.
내부 태스크포스(TF)가 적어준 대로 읽고 있다고 자인한 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주도하는 탄핵심판이 '법적 완결성'을 갖출지 의심스럽다. '신속한 재판'을 강조하면서도, 이 대표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대장동 사건)' 재판장을 교체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원에서 사법정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권력 강화를 위해 '법가' 사상을 준용했던 진시황의 진나라는 2대(代)를 넘지 못했다. 법의 지배도 나름이다. 사법부 독립성이 의심받고 판사 정치성향을 우려하며 법관 양심에 반한 정치 판결을 걱정하면서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다수로 포장한 입법독재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사법권력과 판결에 책임지지 않는 법관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에게 사법부는 최후의 보루이지만, 민의(民意) 위에 있지 않다. 불세출(不世出)한 '명판(名判)'을 부르는 시대다. /김시영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