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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영업정지 없이 끝난 랩·신탁 사태…증권사 9곳 과태료 29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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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승인 : 2025. 02. 19. 17:31

SK증권 외 8곳, 기관경고 중징계 처분
교보증권만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일각선 차등 없는 처분에 우려
직찍_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유수정 기자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랩·신탁) 돌려막기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2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기관주의'를 받은 SK증권을 제외한 8곳의 증권사가 중징계인 '기관경고' 제재를 받았지만, 불법 자전거래에 자사 설정 펀드까지 동원했던 교보증권 외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피해갔다. 교보증권의 경우에도 1개월의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 일부 정지 처분만을 받았다.

9곳의 증권사가 내야 할 과태료는 총 289억원7200만원으로, 각사별로 부담할 규모는 20억~40억원으로 알려졌다. 2023년 금융감독원 실태 점검 결과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가 예고됐던 것에서 대폭 완화된 수준이다. 투자자 손실 배상 노력을 인정하고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결과지만, 일각에서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제3차 정례회의를 열고 9개 증권사(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의 채권형 랩·신탁 운용 관련 자본시장법 위법사항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SK증권에는 경징계 수준인 '기관주의'를, 나머지 8개 증권사에는 중징계 수준인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이들 증권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총 289억7200만원이다. 대규모 영업정지가 예상됐던 결과를 뒤엎고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곳은 교보증권 단 1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일부 업무에 한했다.

실적배당상품인 랩·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 시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하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수면으로 드러난 것은 2022년 말이다. 통화 긴축 기조 속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의 신용경색이 일어나자 상품의 손실이 커진 데 따른다.

기업어음(CP) 시장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에 따라 금감원이 이듬해 5월 랩·신탁 사태와 관련된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업무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에 착수한 결과,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고객의 계좌로 손실을 돌려막은 사실을 적발했다. 또 회사의 고유자금까지 손실 보전에 활용했던 점도 들춰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1~6개월 수준의 영업정지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각사에 사전 통보도 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역시 채권, CP의 불법 자전·연계거래를 통해 고객재산 간 손익을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재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는 건전한 자본시장 거래질서와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 위규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등 당시 시장 상황의 특수성과 증권업계의 시장 안정화 기여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재발 방지 노력 등을 감안했다. 특히 금감원 검사 이전에 관련 법규 등에 따라 실시한 자체 내부감사와 손실 고객에 사적 화해를 진행하는 등 선제적인 사후수습 노력도 함께 고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초 금감원이 각사의 불건전영업 행위 규모 등을 고려해 내린 처벌 수위나 사후 보상 노력의 정도에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동일 수위로 감경한 것은 잘못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향후 동일 또는 유사 위법·부당행위가 재발할 경우, 심의 시 가중 요인으로 보고 엄정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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