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권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전망에 대해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도 "당 내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보수 결집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한 전 대표가 불쑥 등장하면 자칫 내부 분열이 올 수 있다"며 "공들였던 탑이 다시 무너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 '배신자 프레임'이 씌어졌기 때문에 회복이 다소 힘들다는 목소리도 분분했다. 당내에선 친한(친한동훈)계 이외의 의원들이 한 전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의문을 품고 있어서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한 전 대표가 처한 현실이 윤 대통령 탄핵 전후로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해 22대 총선에 패배했음에도 한 전 대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했다. 한 전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똑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재등판 양상에 대해 "'제2의 유승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금 더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라산 1950m를 올라갈 때 헬기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한 계단 오르면서 초목도 보고 꽃도 보고 물도 보고 안개도 봐야 한다"며 "이렇게 정상에 올라야 5000만 국민들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친한계를 제외한 의원들은 여전히 한 전 대표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며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책을 출간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한 전 대표가 처한 상황은 여권에서 잠룡으로 평가받는 이들보다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묻는 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11% 지지율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였다.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62.8% 지지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지지층 이탈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친한계 의원들은 당내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적극 반박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온건 보수층과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심점에 서 달라는 목소리도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친한계 우재준 의원도 한 방송에 출연해 "조기 대선 이후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총력을 모아야 한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될 수 있는 한 전 대표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