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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그냥 쉰다'고 답한 청년이 전년보다 2만1000명 늘어난 42만1000명을 기록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도 구직 활동도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이 이렇게 많은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청년들은 가혹한 입시전쟁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지만 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가는 데까지 평균 11.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세대가 직업을 찾는 데 더 유리한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적고 구직과 창업을 위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청년 일자리 사업 성과가 단순히 취업자 수 위주로 평가되면서, 기성세대들이 청년 선호와 상관없이 일단 취업이 쉬운 일자리로 유도하는 경향이 크다.
청년 취업난은 곧 경기침체, 저출생, 지역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많은 청년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는 데다, 취업이 안되거나 취업을 늦게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가계수입 증가로 이어져 소비와 경제 성장으로 선순환한다.
청년 고용을 위한다면 살길이 막막한 청년들에게 달콤한 말로 꼬드기는 이벤트성 정책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특히 대학을 다니며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진로를 원하는 청년들이 주변에 많다. 그러나 기업이 신입 채용 시 직무 관련 일 경험과 직무 역량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들에겐 취업 문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새로운 직무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보장해주는 정책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 전환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직무로 취업을 원하는 청년과 비전공자 채용을 원하는 기업을 연결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전공이 다르면 기회도 없는 사회에서 N포세대에게 대부분의 지원책은 단순한 취업 컨설팅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의 사회 진입을 위한 공정한 일터는 공정한 기회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