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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젊은이도 비슷한 생각을 털어놨다. 국내에 있으면 선진국이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사람 살기에 최적인 나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자랑했다. 촘촘한 도로·철도망에다 놀라울 정도로 신속한 사회 시스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정보망 등 다른 나라와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나라가 됐다고 했다. 고쳐야 할 점도 많지만, 전반적으로는 선진국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비약을 했다. 역사가 증명한다.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비롯해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 세계 5대 국방력을 갖췄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등 각 분야에서 골고루 세계 최정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권(旅券) 신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은 "차량 성능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이제 자동차 디자인·인테리어에 관한 한 국산차가 최고다"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국산 자동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지만, 국산차가 워낙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경제나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수영·빙상·골프 등 선진국 형 경기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피아노·현악·성악 등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K-팝 등 한류는 이제 자랑거리가 아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도 빛난다.
대기업 근무 30대는 요즘에는 개인의 성향을 존중해 주고 인정해 줄 것은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론 서구식 철저한 성과주의가 점차 짙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해도 견딜 만하다고 했다. 고학력자가 즐비한 사회다. 아직도 빈부 격차가 있고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 불공정, 변칙, 부조리 등등이 여전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민도를 구가하고 있다는 게 젊은이들의 의견이었다.
우리나라의 2030 세대는 전쟁의 아픔도, IMF도, 금융위기도 겪지 않은 세대다. 눈을 떠 보니 '선진국'에서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사회적 갈등과 어려움을 별로 체험하지 못했다. 해외여행도 자주 한다. 어학연수도 떠난다. 가족·친구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빈다. 그런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아가면서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다.
2030 세대는 다양한 격변을 겪은 부모 세대와 달리 안정(安定)을 추구한다. 안정 지향적이다. 사회 불안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안정 속에서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간절히 바라는 세대다. 우리보다 선진국의 차분하고 안정된 사회 분위기를 가끔은 부러워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부모 세대와 달리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면서 살고 있다. 해외에 나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달라지는 대접을 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취업난 등 어려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국부가 팽창돼 그 결실을 누리고 있다.
2030 세대는 대체로 진보적이며 체제 비판적 성향을 띠기 마련이다. 우리의 2030 세대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 집회를 찾는 2030 세대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의외다. 대학가에서도 반탄(反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의외다. 이들은 비록 윤 대통령이 통치권 차원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정치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권의 다수를 등에 업은 일방적인 몰아치기, 즉 입법부 독재를 용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젊은 층은 정치 불안이 하루속히 해소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반탄 집회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곧 이 나라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정치만 안정된다면 머지않아 최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정치의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로는 더 이상 젊은 층을 포용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년들이 실망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특히 수십 차례 탄핵으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국정을 마비시킨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거대 야당으로서 독주를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진정 선진국으로 만들어 가려고 애쓰고나 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카톡 계엄'과 같은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여당과 대화의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 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얼어붙었던 2030의 마음도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