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재판 진행 대본을 흔들며 태스크포스(TF)에서 써준 대본대로 재판한다는 충격적 자백을 했다. 문 대행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측의 계속된 문제 제기에 "자꾸 오해하시는데 이게 제가 (재판을) 진행하는 대본이다.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다. TF에서 다 올라온 거고, 이 대본에 대해서 (재판관) 8분이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것이지 제가 거기서 덧붙여 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문 대행의 말은 놀랍다. 헌재 재판은 여러 증인이나 참고인이 증언한 내용, 검찰이 기소한 내용, 피청구인 측이 제출한 자료나 주장, 변론 등을 참고해 평의에서 의견을 모아가며 재판을 진행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TF에서 써준 대본대로 한다고 하니 이런 재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도 아닌 소장 권한대행이 대본을 흔들며 말했으니 부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은 이런 식으로 헌재 탄핵 심리가 진행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당의 반발도 거셌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헌재가 TF에서 올라온 대본대로 재판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고백이라며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직격했다. 그는 "피소추인에 대한 과도한 방어권 제한, 재판 생중계 불허,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직무 정지에 대한 법 해석, 촉박한 재판 일정 강행, 탄핵소추 내용에 내란죄 삭제, 모든 것이 이 TF의 작품이었던 것인가?"라며 추궁했다. 법조계도 헌재의 이런 소송지휘가 불신을 자초한다고 비판했다.
TF는 비공개된 조직인데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보도를 보면 10~13명이 있고 여기서 대본을 쓴다고 한다. 헌재의 연구관, 연구원, 부장급 간부 등이 대본을 쓰고, 재판관은 대본을 보며 재판을 진행하는 것 같다. TF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대학 조교수, 변호사, 판사 출신 등을 뽑는다고 하는데 항간에는 TF에 편향적 인물이 다수라는 얘기도 들린다. 피청구인이 제출한 자료가 재판관보다 TF에 먼저 가고, 여기서 정보가 유출된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문 대행 말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 탄핵 심리 등 진행 중인 모든 헌재 재판은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탄핵은 국가와 개인, 기관의 운명이 걸린 문제인데 헌재 재판관 8명이 직접 재판하지 않고 TF가 만든 대본을 따를 뿐이라면 이런 헌재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헌재는 법리적 분쟁이나 큰 논란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곳인데 대본 재판이 말이 되나. 헌재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TF의 실체와 구성원, 구성원들의 성향과 하는 일을 국민 앞에 한점 의혹이 남지 않게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