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IRA 등 일부 지원책 현실과 거리
정부 주도 획기적인 대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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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내 산업계는 나날이 혼란을 지속하고 있다. 관세 부과 조치에 철강 관련 일부 중소기업은 이미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있으며, 대기업은 해외 진출을 전면 검토하게 됐다. 반도체, 화학, 배터리 등 수많은 업계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 발언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의 '자국 기업 살리기'는 지속되고 있고,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요즘 조선업계가 유일하게 호황이면서도, 분위기가 좋은 것은 미국에서 협력 의사를 표한 덕분이다. 이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이 자국의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 조선사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일찍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현지 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이 자리한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미 도산 위기에 빠진 현지 기업마저 중국 정부에서 끊임없는 지원을 밀어붙여 생명줄을 이어가고 있고, 그 연장선상으로 가격 경쟁력과 규모에서 밀린 국내 기업들은 어쩔 도리가 없게 됐다. 또 배터리업계와 철강업계는 미국 관세 부과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축소 가능성 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 각 국가에서 이어지는 보호무역주의에 직격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변화가 필요한 때, 주도 할 주체가 필요하다. 새 바람을 불어주고 등 떠밀어 줄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기업 지원책은 크게 진전된 것이 없다. 지난해 12월 정부 주도로 화학업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 회의에 나섰지만 체감될 만한 지원책은 마땅치 않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구조조정에 나서기 바쁜,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정부가 기업 자율에 맡긴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계에서 배터리사들에게 보조금을 환급해주는 이른바 '한국판 IRA'가 논의되고 있으나, 당장 적자를 낸 기업은 해당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는 물론, 국내 대표 배터리사들마저 손실을 거듭 중인 상황이라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을 논의 중이라는 말이 오가는 것이다.
일례로 이렇다할 연구개발 보조금이 없는 국내 정부와 달리 자국 배터리사들에게 연구개발(R&D)을 위해 수조원의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본, 중국처럼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혼란은 변화의 최적기다. 아까울 거 없이 바꿔 치울 수 있는 명분과 용기가 생긴다. 정부가 등 떠밀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