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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간다 광주로! 가자 광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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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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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TV 대표
기자 시절 '민심을 헛짚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었다. 취재원과 그들이 준 자료를 근거로 한 특종을 해온 경우일수록 '남의 다리를 긁어 왔네'란 낭패감이 드는 것이다. 이는 가짜뉴스와 다른 것이다. 수면 밑은 보지 못하고 물 위로 나온 빙산만 봐왔다고나 할까... 화산도 폭발하기 전까진 화산이 아니니 못 보고 모를 수도 있다고 자위하지만, 살짝살짝 들어온 느낌은 있었기에 남모를 당혹감에 빠지곤 했다.

이리저리 불려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 세이브 코리아의 광주 집회에 가자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국민의힘에서 식사는 물론이고 일당까지 주며 데려가는 게 아니다. 단톡방 운영자나 누군가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을 위해 올린 것이다. 혹시나 하고 코레일 앱을 쳐봤더니 15일(토) 광주행 기차표는 매진돼 있었다. 주말에 자기 차로 광주에 가는 것을 난감해할 이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을 위해 재빨리 전세버스를 준비한 사람이 나온 것이다.

김밥 한 줄만 주고 가득 태워서 가는 주말 산악회비가 5만원 정도인데, 이들도 1인당 5만원을 받고 광주로 가자고 한다. 그런데 만석이 됐다고 뜬다. 지난 6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페이스북에 '5·18민주광장에서 극우 집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광장 사용을 불허한다' '나치는 홀로코스트 기념 공간에서 집회할 수 없다. 민주시민에게 맞아 죽는다'라고 썼다. 맞아 죽는다고 했는데도 광주로 가겠다는 것이다.

강 시장의 엄포 때문에 '광주에 가려면 중국도 받지 않는 비자를 받아야겠네'란 빈정거림이 나왔다. 한때 민주당은 보수세력을 토착왜구로 비난했다. 반일정서를 이용해 정적을 코너로 몬 것이다. 토착왜구에 이어 선택한 단어가 극우인데, 극우는 강한 반공세력이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공주의자일 순 있지만 나치즘이나 파시즘의 신봉자로 볼 수는 없다. 전남 보성 출신의 유튜버 안정권씨는 8일 광주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일장 연설을 했다. 용감했던 안씨의 열변도 극우로 몰린 보수를 자극했을 수 있다.

386 세대는 '삼민투'를 잊을 수 없다. 정식 명칭이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였던 삼민투가 일으킨 최대의 사건은 1985년 5월 서울의 미 문화원을 점거해 "광주사태 책임지고 미국은 사과하라"고 농성한 것이다. 이들은 '광주학살원흉처단투쟁위원회' 명의로 '우리는 왜 미 문화원에 들어가야만 했는가'란 선언문을 뿌렸다. 광주학살의 책임은 미국에도 있다고 외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사파(민족해방계)계는 민중민주계를 누르고 운동권의 절대 강자가 됐다.

문재인 정권이 원자력을 탄압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장려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농성자의 대표가 문 정권 시절 태양광 발전 업체를 운영하다 임금 체불로 유죄를 받은 허인회씨(고려대)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곁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김민석 최고위원(서울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커넥션을 가진 박선원 의원(연세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전남대)도 이 농성에 참여했다.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삼민의 하나로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이들은 정치권의 요소요소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이들의 투쟁만으로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된 것은 아니었다.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처음 규정해준 것은 노태우 정권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1988년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5·18을 '민주화를 위한 노력과 투쟁의 일환'으로 격상해줬다. 그리고 보수를 내세운 김영삼 정권이 5·18 특별법을 만들어 민주화운동으로 재정립했다. 운동권은 노태우가 국민 화합을 위해 5·18을 민주화로 규정했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엄혹했다는 시절 강 시장은 5·18을 말하고 싶어 서울에 올라와 미 문화원에 들어갔었는데, 왜 전한길 강사는 광주 민주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지 못하게 하는가. 민주는 운동권의 전유물이란 말인가? 강 시장의 고집 때문에 광주에서 나오던 것으로 알았던 '민주의 함성'이 광주로 들어가게 되었다. 궁금증은 광주 안에서 어떤 울림이 나올 것이냐로 쏠리고 있다.

그런데 뉴스는 광주보다는 헌재를 더 향하고 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조기에 끝내려 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 계엄군이 한동훈 국힘 대표를 체포하려고 했다는 진술이 반복해서 나온 것은, 국민의힘이 한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눈치 빠른 기자들은 친윤과 친한이 어떻게 분열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광주를 놓치지 말라. 다시 단톡방에 열어보니 부산에서도 갑니다. 청주에서도 갑니다란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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