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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9779% 부채비율에 ‘메스’ 댄 효성화학, ‘정상화’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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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 서병주 기자

승인 : 2025. 02. 14. 06:00

특수가스 매각·사업 중단 등
적극적인 사업 조정…성과 기대
올해 베트남 생산법인 정상화 및
신사업 흑자 확대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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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로고
9779%의 부채비율을 정상화 시켜라. 효성화학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3조원대 부채를 갚아가는 여정이 고달프다. 캐시카우 '특수가스'를 약 9200억원에 팔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전액 부채 상환에 쓴다고 해도 여전히 네자릿수 천문학적인 수치다.

이미 수차례 발행한 영구채로 자본을 더 늘리고 수혈할 수 있지만 채권의 이자 물기에 쫓겨 오히려 장기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효성비나케미칼을 통해 진행한 유상증자는 추가 진행되더라도 기존 주주의 반발을 딛고 가야 할 뿐 아니라 지배력이 흔들리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장래를 따져 우려 사업과 지분을 내다팔고,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찾아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결단을 내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정리해 나가며, 올해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사업 재편을 직접 실행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은 그동안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제고 노력에 더해 올해부터는 실적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대규모 부채를 발생시킨 베트남 효성비나케미칼은 생산 초기 낮은 수율로 고생했지만 이제 100%에 가까운 가동율을 보이고 있다. 지분을 파는 과감함으로 재무 부담을 더는 한편, 수익이 날 수 있게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법이 거론된다. 또 10년을 투자해 자체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 브랜드 '포케톤'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다.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 채택될 수 있도록 알짜 영업이 요구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가 이달 말까지 효성화학에 특수가스 사업 양수대금 4600억원을 지급하고 인수를 마치면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앞서 효성티앤씨는 계약금 1380억원을 납입했고, 잔금 일부인 3220억원을 지난달 말 납입했다.

자금이 마저 수혈되면 효성화학은 당장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부채총계는 3조1782억원, 자본총계는 325억원으로 집계되며 부채비율이 9779%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대금인 9200억원을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부채비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효성화학은 2021년까지만 해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의 한 축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시작된 석유화학업계 불황으로 부진에 직면했다.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기도 했다.

베트남 법인으로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 역시 회사 재무구조 악화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베트남 효성비나케미칼은 2022년 31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이듬해 2594억원, 지난해 상반기까지 1232억원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과감하게 베트남 현지에 PP·PDH 공장을 설립했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에만 효성비나케미칼에 세 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1134억원의 자금 대여를 실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며 조현준 회장은 효성화학은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제시한 회사의 주력 수익원이었던 특수가스 부문의 매각이다. 당초 외부 매각을 고려했지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내부 매각으로 눈을 돌려, 계열사간 시너지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익성이 애매한 사업에는 과감히 중단 결정을 내렸다. 효성화학은 기존 대전과 구미 등 국내 공장에서 이뤄져온 필름사업의 축을 중국으로 옮기며 실속을 택했다.

아울러 정상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효성은 지난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매입하며 효성화학에 자금을 지원해줬다. 과감한 재편을 마친 데다 사업이 차차 정상화될 가능성을 보이면서 이건종 대표는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이 대표은 화학산업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올해 턴어라운드를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져 온 베트남사업에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며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최근 베트남 PP·PDH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수익이 일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부문도 중국 전기차 수출 증가와 유럽지역의 부품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 여러 사업 재편 등을 마친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며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으로 자금 유입이 일어난 만큼 이제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서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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