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폐플라스틱 자회사 DY인더스·폴리머 팔기도
M&A 과정서 약 3조원 투입…차입금 규모 커져
대표 교체·'캐시카우' 편입 등 재무개선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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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건설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환경관리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지분을 각각 75%, 100%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측의 제안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매각가를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는 작년 말 폐플라스틱 관련 자회사였던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각각 60억원, 70억원대에 팔아치웠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기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행보다.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약 3조원 규모에 달하는 환경 기업을 인수·합병한 데 따라 재무 부담이 커진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앞선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기 전후로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쳤다. 2020년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를 시작으로 △디디에스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테스 △제이에이 그린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등을 사들였다. 이후 새 인수·합병 기업을 찾기 보다는 기존 기업들의 사업 역량을 가다듬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도 2021년 2조5576억원에서 2022년 3조1879억원, 2023년 4조2769억원, 작년 3분기 기준 5조1338억원 등으로 지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573%에서 256%, 237%, 251% 등이었다. 이 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부채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SK에코플랜트의 내년 7월 IPO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해선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최근 사업연도에 영업이익과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중 하나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작년 3분기 분기 기준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론 115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1474억원, 1570억원, 1745억원 등 영업이익 폭을 늘렸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과다.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각각 547억원, 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3%, 60.6%씩 급감한 실정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7월 SK 재무1실장과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맡으며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형근 사장을 선임하면서다.
조직 슬림화를 위한 임원 감축 및 희망 퇴직도 단행했다. 작년 10월 조직 개편을 통해 같은 해 6월 기준 66명이었던 임원을 51명으로 줄였다. 11월에는 50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SK그룹 차원에서의 지원도 이뤄졌다.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그룹 내 '캐시카우'로 분류되는 산업용 가스 제조회사 SK머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제작 기업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완전 편입했다. SK에코플랜트가 공장을 지으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용 가스 시스템을 공장에 구축한 후,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들어간 서버를 설치하는 그림을 구상했다는 평가다.
자회사 편입이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됐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1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년물 400억원에 3030억원, 1.5년물 400억원에 2930억원, 2년물 700억원에 3920억원 등 총 988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당초 모집 예정액의 6배 수준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 여파로 건설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 반도체·환경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가 새로 편입됐기 때문에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SK에코플랜트 관계자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