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강화… 트럼프 압박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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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14년째 열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미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캠페인 구호가 초대형 산불로 큰 상처를 입은 미국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사회에 진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제네시스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차량 100대와 티켓판매 수익 등 현금을 포함 총 8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산불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한다. 대회장도 옮겼다. LA 팰리세이드 지역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해당 지역이 화마의 고통을 크게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사우스 코스'로 개최지를 변경했다. 지역사회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GV80을 탄 타이거 우즈가 차량 전복 사고를 겪고도 무사한 모습이 전해지면서 차량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지금의 브랜드 명성을 얻게 해 준 그 대회가 바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다. 대회는 이제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스포츠 후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다한다는 이미지를 미국 사회 깊숙히 새겨넣는 상징적 이벤트로 자리 매김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천문학적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사회 아픔까지 함께 나누는 동반자적 이미지가 어필될 지 관심사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오는 13일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스에서 열리는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캘리포니아 라이즈'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 1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돕고,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GV70 등 750만달러 상당의 경기 운영 차량 총 100대를 대회가 끝난 뒤 주요 구호 기관에 기증하고, 버디·이글·홀인원 적립금을 쌓는 '버디 포 굿' 이벤트도 진행해 기금을 모금한다. 앞서 제네시스는 미국 적십자사 등에 20만달러를 기부했던 바 있는데, 이번 라이즈 캠페인이 끝나면 기부금액은 총 800만달러(116억원)로 늘게 된다.
이번 행보가 단순 기부 활동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에선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GV70 전동화 모델을 제외하면, 나머지 차량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제네시스는 매해 신기록을 경신하며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지난해 총 7만500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찍었는데, 미국 진출 9년 만에 무려 10배 넘게 성장한 수치였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한 노력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입지를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진출 이후 40년 동안 205억달러를 투자하고, 57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히 "미국에 차만 파는 나라가 있다"고 꼬집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갈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에 당위성을 설명하며 현지 투자를 검토 중인 현대제철 사례를 들기도 했다.
무뇨스 사장은 "남부 캘리포니아는 제네시스 미국판매법인 및 디자인 스튜디오가 위치한 의미 있는 지역"이라면서 "캠페인을 통해 산불 피해 복구와 회복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