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국난 극복 전설들 만났다… “국정공백, 대한상의가 나서라”

최 회장 "무역전쟁·인플레·AI·정치 불확실 위기"
이헌재 전 부총리 "거시 경제지표 정상화 필요"
윤증현 전 부총리 "현재 경제정책 효과 어려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부터),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정세균 전 국회의장·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역대 국난을 이겨낸 대표 경제 원로를 한 자리에 초청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경청했다. 한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관세가 부활하고 고환율이 지속하는 데다가 인공지능(AI)은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대외적으로 나서서 해결 방법을 강구할 콘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간담회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헌재 전 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부총리가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요인으로 무역전쟁·인플레·AI·정치적 불확실성을 꼽고 "이럴 때일수록 경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 결정들이 모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중에는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경제 문제는 대한상의가 보다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와 최 회장의 역할론이 앞으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세균 전 총리는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AI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잘 (구성)되지 않은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R&D, 투자, 인재육성 등에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는 기업 간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국가 간의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환율이나 금리 등 거시 경제지표의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지표 운영을 한국은행이 중심이 돼 잘 하고 있다고 보지만 조금 미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지속 가능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파트너십 또는 합작 등의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가 왔다"고 조언했다.

최태원 회장(가운데)과 경제원로들이 1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경제 해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윤증현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대한상의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전국에 조직을 가진 법정 단체인 만큼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윤 전 부총리는 "정치적 불확실성, 이 부분이 안정되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공허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부가 거의 마비 상태에서 어떤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겠느냐"고 지적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 역시 정치권의 안정을 강조했다. 현재 탄핵 정국은 과거와 달리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간에 정치권에서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유 전 부총리는 "이런 갈등 야기는 정치권에서 자제하는 게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최상목 권한대행이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은, 정치권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좀 (노력)해줬어야 되는 것이 아닌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19일부터 최 회장은 대한상의회장으로서 주요 20개 그룹 CEO들과 함께 워싱턴에서 갈라디너, 고위급 면담 등을 진행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이번 사절단은 미국 상·하원 의원,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난다. 특히 20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인사와 면담을 추진해,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한국 재계의 첫 공식 접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