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이후 최대 위기
트럼프 '가자지구 장악' 되풀이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오는 15일 정오까지 인질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 휴전은 끝나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최종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강도 높은 교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내각 회의를 마친 후 영상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런 방침이 안보내각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에 같은 요구를 했던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우리 모두는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혁명적인 구상도 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안팎에 병력을 집결할 것을 군에 명령했으며, 이에 따라 군은 예비군 동원을 포함해 이스라엘 남부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전은 현재 진행 중이며,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인질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이들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휴전 협정에 따라 풀려나기로 예정된 3명의 인질을 뜻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하마스가 15일까지 모든 인질을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15일 정오까지 억류 중인 인질을 모두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이 취소돼야 한다며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존중해야 할 합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이스라엘 인질들이 집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해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전쟁 발발 15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재차 휴전에 돌입했고, 이후 하마스는 '예정'에 없던 태국인 5명을 포함해 생존 인질 21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군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730여명을 풀어줬다.
현재 교착 상태는 하마스가 휴전 첫 단계에서 이스라엘이 약속한 구호 물자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이스라엘은 수십만 개의 텐트를 가자지구로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중재국 관계자 등은 하마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황폐해졌다. 주거지는 물론, 식량과 물도 부족해 해외 원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으로 4만8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전쟁 이전 230만 명이던 가자 주민 대부분이 피란민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소유한 뒤 주민들을 이집트와 요르단과 같은 인근 중동 국가로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는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입장을 반복했다. 트럼프의 이런 계획은 팔레스타인과 아랍 지도자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1949년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군사 점령하에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킬 경우 이는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70만 명 이상이 쫓겨난'나크바(대재앙)'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