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전년비 18%↑… 사상최대 실적
첫 내부출신 구본욱 사장, 성과 화답
라이프도 당기순익 2694억원 호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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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이 보험사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건 양종희 회장이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양 회장은 앞서 2016년부터 5년 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오랜 기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였던 만큼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보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나타났다. 2023년 말 취임 직후 실시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양 회장은 구본욱 KB손보 사장을 새롭게 발탁했다. KB손보가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첫 내부 출신 CEO였다. 양 회장의 KB손보 대표이사 경험이 없었다면 내부 출신 CEO 선임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구 사장 역시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며 양 회장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KB라이프도 통합 출범 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KB증권과 KB국민카드의 순이익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은행 비중 확대에 힘을 보탰다.
은행 비중이 줄어든 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 적립 영향도 크다. 올해는 일회성 요인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은 그룹 캐시카우로서 역할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4년 KB금융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는 40%로 집계됐다. 전년(33%)보다 비은행 부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대폭 늘어난 모습이다. KB금융은 "증권, 보험, 카드 등 균형 잡힌 비은행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곳은 보험 계열사 중에서도 KB손보다. KB손보는 지난해 839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17.7% 성장한 수치이고, 은행 다음으로 높은 그룹 이익기여도를 나타냈다. 건강보험 중심 상품 경쟁력 강화로 장기 인보험 매출이 확대됐고,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 등을 통해 보험손익이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KB손보 성장을 이끈 구 사장은 양 회장이 취임 직후 선임한 신규 CEO 중 한 명이다. 양 회장이 KB손보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능력 있는 임직원들을 눈여겨보고, 내부 출신 CEO로 낙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구 사장은 성과로 화답했다. 취임 첫해부터 최대 실적 성과를 내며 비은행 중 '맏형' 노릇을 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보험 계열사인 KB라이프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694억원을 기록하면서다. 2023년 통합 출범 후 지난해까지 KB라이프를 이끌었던 이환주 전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KB국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행장은 계열사 CEO가 은행장으로 선임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이 행장이 지주, 은행, 비은행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거치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계열사는 KB증권이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50.3% 증가한 58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부진했던 2023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양 회장 취임 전부터 KB증권 IB부문을 이끌어 온 김성현 사장은 양 회장 체제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 회장이 새로 선임했던 이홍구 사장도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전년 대비 14.7% 늘어난 402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카드업황 부진 속에서도 호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국민카드 수장이었던 이창권 전 사장은 현재 KB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주 부문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이 5조 클럽 달성과 함께 비은행 비중 확대까지 성공했지만, 중요한 건 이 비중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다. KB국민은행이 홍콩 ELS 사태로 성장세를 멈춘 사이 비은행이 성장한 영향도 있는 만큼 올해는 비은행 계열사들은 수익성 강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KB손보는 매출·이익창출력 강화, 신사업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KB손보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대,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꾀할 방침이다. KB증권은 자본 효율성 제고 및 건전성 강화 등을 추진하고, KB국민카드도 건전성 관리와 비용·비즈니스 효율화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 전 영역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사업 부문 강화, 비용·비즈니스 효율화, 핵심사업 질적 성장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