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국가인권위원회 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
권고안은 비상계엄 및 내란혐의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받는 윤 대통령에게 충분한 법적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날 표결에 부쳐진 문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심리 등 적법절차를 준수할 것'이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에 속해 헌법이 부여한 고유권한을 행사한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없고, 부당성 여부를 헌재가 판단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수사기관은 방어권 보호를 위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국민의 50% 가까이가 헌재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며 "헌재 결정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종식시키는 게 아니라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고, 새로운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권고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에서 결정하는 사안도 인권위가 '이래라 저래라' 판단하는 상왕정치를 하고 있다"며 "인권위 사망의 날"이라고 맹비난했는데 근거 없는 딴지걸기일 뿐이다.
인권위 권고는 말 그대로 사법·수사기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어서 법적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인권위가 헌법상의 기본권과 인권 수호에 앞장서는 국가기관인 만큼 수사나 재판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시의적절하다. 특히 인권위 내부는 물론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에서 나오는 반대목소리를 딛고 권고안 채택을 의결했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결단이다.
반대의견을 낸 김용직 위원 등은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기관인데, 수많은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법에 명시된 인권을 보호받아야 일반 국민들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 심문기일을 오는 20일로 지정했는데 인권위 권고대로 구속 취소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헌재는 확실하지도 않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삼기로 하는 등의 인권침해 소지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