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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실패?…전문가 “실패 아닌 가능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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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승인 : 2025. 02. 09. 15:29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 발표
"경제성은 없지만, 석유 시스템은 확인"
야당 '실패' 비판…전문가 "실패 아냐"
우리나라 첫 동해 심해 정보 확보
사업 중단보다는 정밀 결과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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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새벽 한국석유공사는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 사진은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의 모습./한국석유공사
산유국의 부푼 꿈을 안고 출발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시추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쟁을 떠나 우리나라 지원개발 자립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의 1차 시추 결과 발표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국내 시추 역사상 첫 심해 시추 시도인 점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심해에 대한 정보를 얻는 유의미한 성과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밀 평가 결과가 나온 후 추가 시추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대국민 대왕고래 사기극'이라고 추가 시추를 반대하는 정치권 일각의 공세를 비판한 셈이다. 실제 야당 등에서는 7개 유망구조 중 대표적인 유망구조로 거론됐던 대왕고래가 '실패'했다며 비판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있을 만큼 충분한 가스가 모여 있지 않았지만, 양질의 저류층 등과 같은 석유 시스템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저류층은 퇴적층 가운데 석유·가스가 포함된 부분을 말한다. 석유·가스가 없을 경우 보통 염수나 이산화탄소 등으로 채워져 있다. 석유 시스템이 확인됐다는 것은 인근에 근원암이 존재했고, 근원암에서 석유·가스가 이동해서 해당 저류층까지 왔다는 의미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1000억원을 허공에 날린 '실패'가 아닌 다음에 이어질 의사결정 가능 여부를 판단해 줄 수 있는 기회의 확보"라며 "석유 시스템 발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동해 심해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 큰 성과"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심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이번 액트지오가 7개 유망구조에 대한 유망성 평가를 할 때도 우리나라 심해 정보가 없었기에 다른 지역의 심해 정보를 갖고 와서 분석해서 계산했다. 이번에 정보를 얻었으니 재평가를 통해 변화 사실을 살펴보고 다음 시추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당초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20% 가량이었고,이 때문에 7개 유망구조 중 최소 5개 구조에 시추공을 뚫을 계획을 세웠던지라 '실패'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지금 사업 중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만간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온 후 탐사 시추 방향을 조정한다거나, 예상보다 포화도가 낮다면 시추 시도를 다시 고민해보는 등 다음 전략을 짜도 늦지 않다. 지금 단계에서 사업 중단을 논할 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번 논란으로 우리나라 자원 개발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자원 불모지로서, 에너지 안보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은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많은 실패를 거쳐야 결실을 얻는 분야"라며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탐사 역시 성공률은 16% 가량이었다. 자원개발 사업 마저 정쟁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장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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