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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남 사는 J씨가 토허제를 반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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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4. 0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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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반포동. 이 곳에 사는 대기업 임원 J씨(54)는 요즘 기분이 무척 좋다. 최근 부쩍 오른 집값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매입한 전용면적 84㎡(34평)짜리 반포 아파트는 반년도 안돼 6억원 넘게 올랐다.
정부와 서울시가 얼마 전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 지정 카드를 꺼내들어 아파트 매매시장이 당분간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동안 오른 집값을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참고로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적용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35일 만인 지난달 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규제 대상을 넓혀 재지정했다.)
이웃 주민들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 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라는 초유의 '세금 폭탄'도 견뎠는데, 이 정도 규제는 우습게 여기는 눈치다. 더구나 토허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강남 집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 정말 그 때 강남 집을 사길 잘했다.
물론 얼마 전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며 토허제를 확대 적용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하겠다고 했을 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덜컥 겁도 났다. 괜히 무리해서 강남 집을 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값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면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강남이 좋은 사례다. 강남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이들을 끌어안을 만한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집 지을 빈땅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안이라고 해봐야 재건축·재개발밖에 없다.
토허제 확대 적용으로 가격을 낮춘 아파트 매물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강남 아파트 단지에는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한다. 정책 당국이 토허제 지역을 집값 오를 곳이라고 좌표를 꼭 찍어준 데다, 다주택자들이 다른 지역 집은 팔지언정 '똘똘한' 강남 아파트는 움켜쥐고 내놓지 않아서다.
전셋값도 많이 오를 것 같다. 토허제 적용 지역에선 '갭투자'(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못하고 실거주해야 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통상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오른다.
이런 마당에 재건축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법안과 재건축 단계를 줄여 사업 속도를 높여줄 이른바 '재건축 촉진법'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J씨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재건축이 막혀 공급이 줄면 강남 집값은 계속 더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J씨는 오래 전부터 깨달은 게 있다. 부동산 대책이 특정 지역을 겨냥할수록 그곳 집값은 더 오르고 지역 양극화만 부추긴다는 사실 말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 시절 단행된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핀셋 규제'가 되레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수요를 자극하면서 서울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 집값 격차만 더 벌려놓지 않았던가. 그래서 J씨는 제대로 된 공급 대책 대신에 토허제 해제 및 확대 재지정과 같은 헛발질 정책이 자꾸 나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결심 한 가지. J씨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강남 집값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거는 정당 추천 후보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로 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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