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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갈등이 부른 비극…‘존속 살인’ 3년 새 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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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02. 07. 14:07

살인·존속살인, 3년 새 17%·15.7% 증가
“초기 개입 필요”…폭행 단계서 강력 대응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간 사소한 갈등이 극단적인 폭력으로 번지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만 할 거냐" "청소 좀 해라" 같은 말다툼이 결국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 목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아버지 A씨가 20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집에서 생활하던 아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으며, 사건 당일 휴대전화 교체 비용으로 건넨 돈을 아들이 탕진한 사실을 알고 사용처를 추궁했다. 그러나 아들이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A씨가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순천에서는 20대 아들 B씨가 훈계하던 50대 아버지를 흉기로 찌르는 '패륜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방 청소를 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뒤, 부친 명의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가 1시간 40분 만에 검거됐다.

이처럼 가족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존속·비존속을 막론한 극단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살인사건은 17% 증가했고, 존속살인은 15.7%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658건, 2022년 702건, 2023년 77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모나 자식 등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존속살인은 이 기간 51건(7.75%)에서 48건(6.84%), 59건(7.66%)으로 늘어났다. 3년 새 전체 살인 사건은 17%, 존속살인은 15.7% 증가한 셈이다.

한국의 존속살인 비율은 약 7%로, 미국과 영국·프랑스(1~3%)보다 두 세배 높은 수준이다. 존속살인뿐 아니라 존속상해와 존속폭행 발생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존속폭행의 경우 2021년 2155건, 2022년 1919건, 2023년 1818건으로 매년 1800건 이상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존속상해 역시 2021년 347건, 2022년 274건, 2023년 344건으로 300건 전후로 집계됐다. 이는 존속범죄가 살인과 같은 극단적 형태로 표출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폭력과 학대가 가족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가족 내 반복적인 폭력과 갈등이 누적될 경우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부부 폭력은 최근 개정법으로 경찰 개입이 강화됐지만, 부모·자식 간 폭력은 여전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존속폭행과 상해 단계에서 강력한 개입이 이뤄졌다면 존속살인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사건도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가족 간 폭력 사건이 신고되더라도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되지 않는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개입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이 교수는 "이런 법적 한계가 폭력을 방치하게 만들고,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경찰과 복지기관이 조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한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가족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다가 실망하면 이를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사회는 단독 가구가 30%를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가족이 복지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 중심 복지에서 벗어나, 개인 단위의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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