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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 삼성 10년 흔든 檢, 뛸 기회를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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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승인 : 2025. 02. 06. 18:36

AI 시대 초격차 DNA 회복 시급한데
동력 회복 '뉴삼성 시계' 다시 멈출판
재계 "이재용 다시 뛸 시간을" 목소리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상선 기자

3155일. 삼성과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인 시간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불법 승계 의혹 등 잇단 수사와 재판으로 점철된 게 근 10년이다. 이 시간은 삼성과 이 회장에게 '금치산(禁治産)'의 시기였다. 숱한 검찰 조사와 압수수색, 200회 가까운 재판은 온전한 기업활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삼성 경쟁력의 근간인 '오너 리더십'은 흔들렸고, 회사는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0년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3일로 일단 해소됐다. 법원은 이 회장의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돌 것이란 기대는 난망하다. 검찰이 상고(上告) 여부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1·2심 무죄로 검찰이 상고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제는 이 회장이 10년을 미룬 '뉴 삼성'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르면 7일께 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회장 2심 결과에 대한 상고 여부를 결정한다. 상고심의위에는 법학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게 되면 최종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회장과 삼성은 또다시 발이 묶이게 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통상 상고심은 1년 안에 결론이 내려지지만, 사건에 따라선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1·2심과 달리 법률심이라고는 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최종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상고가 불러올 폐해는 너무도 크다. 지난 10년 삼성의 경쟁력이 쇠락을 거듭한 게 방증이다. 반도체는 추동력을 잃어갔고 스마트폰·TV는 후발주자 추격 위기에 몰렸다. 한때 50조원을 무난히 넘겼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작년 30조원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올 1월 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까지 했다. M&A도 2016년 하만 이후 올스톱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경쟁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 회장과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사이, 일론 머스크는 우주로 로켓을 날렸고 오픈AI는 챗GPT로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삼성의 위기가 국가 산업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IT업계에서 '1년을 주춤하면 10년을 놓친다'는 말이 있다"며 "글로벌 경쟁자들은 날아다니는데 삼성은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흐름에 뒤처져 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상고가 이 같은 위기를 더 키울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있는 죄를 없애달라는 게 아니라, 사실상 무죄로 결론이 난 사안을 대법원 최종심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삼성과 이 회장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오로지 시간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양향자 전 의원도 "10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무죄가 나왔다면 (검찰도) 이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란 점에서 검찰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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