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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4일(현지시간) 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여러 국가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며 핵에너지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동남아의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성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동남아 지역 대부분이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동남아 국가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으로 검토하고 있다.
40년 전에 완공된 동남아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인 바탄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은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타당성 조사는 한국수력원자력(KHNP)이 맡았다.
인도네시아는 2050년까지 원전 20기 이상을 도입할 계획이다. 베트남도 원전 개발 재개를 본격화했고, 말레이시아도 미래 전력원의 일부로 원자력을 검토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미국과 핵 협력협정을 체결했고, 태국·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도 핵에너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문제인데다 수익성을 내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거 원전을 추진했던 원전 건설에 신기술을 적용할 경우 비용이 160억 달러(23조 3824억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결국 2016년 원자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원전 개발 재개를 본격화한 베트남은 지난달 14일 러시아와 원자력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세계원자력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2024 뉴욕 기후주간에선 전세계 14개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에 동참했다 "핵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자금 조달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은 세계은행(WB)은 핵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자금 조달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라 덧붙였다. 기존 원자로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상업적으로 널리 쓰이지 않아 얼마나 저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 지적하고 있다.
몇 차례 있었던 원전 사고도 동남아 국가들의 발목을 잡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로 필리핀이 원전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태국이 핵 에너지 계획을 중단했다. 2018년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였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이 같은 사고들을 언급했다.
핵기술이 여전히 특정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가 세계 농축 우라늄 공급의 약 40%를 통제하고 있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이 점이 "미래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전 개발을 본격화 한 베트남에서도 숙련된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원전 프로젝트를 되살리기 위해선 최소 약 2400명의 숙련된 인력들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상공부장관은 "이것은 단순히 (원전)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핵에너지 생태계와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