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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새학기 곧인데 시위 상흔 여전한 동덕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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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현 기자

승인 : 2025. 01. 23. 11:13

캠퍼스 곳곳 래커칠·건물 훼손 등 방치돼 있어
학교 측 "경찰 조사 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
올해 3월부터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운영
동덕여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등 학내 갈등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다현 기자
"캠퍼스가 으스스하니 마치 폐교 같아 보여요. 새 학기가 되기 전엔 깨끗한 캠퍼스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는 겨울방학 때문인지 고요했다. 지난해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한창일 당시에는 학생증이 없으면 일반인은 학교에 출입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개방된 상태였다. 교문을 들어서니 캠퍼스 곳곳에는 대자보를 떼어 낸 자리에 제거되지 않은 접착제 자국들, 그대로 방치된 래커칠 등 당시 시위의 치열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날은 2025학년도 신·편입학 입시 시험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했다. 실기 시험을 위해 교문을 들어서는 일부 수험생들은 연신 고개를 돌려 캠퍼스를 덮은 래커칠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 시험장으로 향했다. 미술 실기 시험을 보러 온 김모씨(19·여)는 "뉴스에서만 듣다가 실제로 와서 보니 더 심각해서 놀랐다"며 "시험에 붙으면 다니게 될 수도 있는데 새 학기에는 깔끔해진 캠퍼스를 걷고 싶다"고 말했다.

정문에서 가까운 본관은 외부인 침입을 막기 위해 경호원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였다. 교내에서 가장 많이 훼손됐다는 고 조용각 전 동덕학원 이사장의 흉상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확인조차 어려웠다. 캠퍼스 내의 바닥이며 담벼락, 대다수 건물 외벽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반대 민주공덕' '여성교육 지켜내자' 등의 문구들로 뒤덮여 있어 원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본관 앞에 놓여 있던 학과 점퍼는 학교 측의 회수 요청에도 학생들이 가져가지 않아 비닐에 싸인 채 운동장 한 편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졸업생 이모씨(25·여)는 "예전 학교가 아닌 기분"이라며 "학생들이 이 모든 걸 어떻게 배상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딸의 입시시험을 기다리던 김모씨(51·여)는 "(래커칠로) 학교가 생각보다 더러워 보인다"며 "책임자를 먼저 찾기보단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래커칠이라도 먼저 지워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학생들의 시위는 끝이 났지만 훼손된 캠퍼스는 시위가 한창이었던 그날의 시간에 멈춰 있었다.

동덕여대1
21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운동장에 재학생들의 과잠바가 비닐에 쌓인채 놓여져 있다. /강다현 기자
지난해 11월 8일 학교 발전 방안 논의 과정에서 남녀공학을 언급한 사실이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재학생들은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캠퍼스에 래커칠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본관을 점령한 학생들로 학교 행정 업무가 마비되자 학교 측은 서울서부지방지법에 본관 퇴거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학생 등 21명을 공동재물손괴, 공동건물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시위 시작 23일 만인 지난해 12월 4일 본관 점거를 풀고, 11일 학교와 합의 끝에 '남녀공학 전환' 문제는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훼손된 캠퍼스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복구에 관한 구체적인 청소 비용은 현재 파악 중으로 확정되면 입찰을 통해 청소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사태가 길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누가 훼손했는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래커칠 말고도 강의실 교탁, 책상, 의자며 수리해야 할 곳이 많다"며 "특히 강남에 있는 '디자인허브'는 프랑스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 자재값도 비싼데 가장 많이 훼손돼 54억 원이란 금액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학교 측은 경찰 조사와는 별개로 시위 당시 캠퍼스를 훼손 한 학생들을 찾아 내용증명, 징계 등을 고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CCTV를 보고 확인 된 학생들과 면담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대한 억울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반발한 일부 학생들은 학교와 법인을 상대로 개인정보유출 혐의 등으로 맞고소를 한 상황이다. 학교는 교무처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해 12월 말까지 총학생회를 비롯한 재학생들과 면담을 계속했지만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중단됐다. 한편 학교는 마지막 면담에서 거론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를 올해 3월부터 6개월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강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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