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CEO들에 사업모델 재정의 강조
동남아 등 글로벌 신사업 발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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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자는 의미다. 그동안 미래 성장을 위해 바이오·모빌리티·2차전지·플랫폼 등 신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당장 가시화된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핵심사업의 전력을 보강해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자는 전략이다.
9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주재로 올해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2025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개최했다. 예년보다 열흘가량 빠르다. 그만큼 롯데그룹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날 VCM에는 미국 CES 출장을 갔던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도 급히 귀국해 참석했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른 이후 첫 VCM인 만큼 분위기는 회의 내내 엄중했다. 이날 신 회장은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단호하게 지적하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질적 쇄신을 위해 신 회장은 CEO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잊고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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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서 신규 글로벌 사업 모색을 당부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 유통과 식품군에서 글로벌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유통 사업군에서는 글로벌 사업 성장에 집중하며 늦어도 상반기 내 동남아 공략 교두보인 싱가포르에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를 설립할 계획이다.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식품 사업군 역시 올해 글로벌 사업영역 확대를 지속한다.
지난해 첫 번째 해외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인도 현지 법인 '롯데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21억 루피)도 투자했다.
롯데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의 시발점이 된 롯데케미칼의 체질개선도 시급하게 해결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2조원대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위험)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설을 촉발시킨 바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 비중을 현재의 60%에서 30% 이하로 줄이는 등 연초부터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신 회장은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롯데그룹은 역경을 극복하는 DNA가 있어 IMF,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돌파한 만큼 모든 임직원이 노력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VCM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