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위' 미래에셋, 10%대 머물러
배당성향 낮고 발행주식수 많아 한계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밸류업프로그램의 약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배경엔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이 수년간 안정적인 배당을 실시한데 반해 배당성향이 낮고, 발행주식수가 많다는 점 등이 꼽힌다.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이상을 소각해 주당순자산 가치를 높이고,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0% 이상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끄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밸류업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들 중 전년 대비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이날 NH투자증권 종가는 1만 3500원으로 지난해 1월 9일(1만90원) 대비 3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키움증권 주가가 이날 12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07% 상승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805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전년 대비 12.75% 주가가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의 주가 상승 배경엔 실적 호조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이 꼽힌다. 지난해 3월 주주환원 정책 강화 내용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은 당기순익에서 현금배당과 적립금을 차감한 재원의 50% 한도 이내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타사 대비 높은 배당성향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도 NH투자증권의 배당성향은 65%로 주요 증권사 배당성향(30~40%)에 비해 높았다. 여기에 주당 기본 500원의 최소 배당수익을 보장하면서 추가적인 주주환원 추진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미래에셋증권을 제쳤다. NH투자증권의 주가는 3월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이날까지 12.03% 올랐다.
NH투자증권은 주주환원 정책 실현을 위해 ROE 12%를 목표로 세웠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NH투자증권의 ROE는 9.9% 수준이다. ROE는 자본 대비 얼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ROE가 높을수록 자본 대비 순이익을 많이 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해 NH투자증권이 매입·소각한 자사주 규모는 515억원 규모다. NH투자증권은 ROE가 COE(자본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6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했던 곳이다. 밸류업 공시 이후 키움증권 주가는 2.9%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향후 3년 동안 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달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배당금 총액은 2056억7863만원으로 지난 2023년 배당금 총액(880억985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키움증권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29.9%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ROE 는 약 16.7% 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키움증권을 포함한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에 이어 세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주가 상승폭이 가장 낮다. 밸류업을 공시하지 않은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도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각각 35.79%, 19.95% 에 달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26년까지 매년 최소 보통주 1500만주, 우선주 100만주 이상을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주식이 지난 8월 기준 7억 5000만주(우선주 포함)였던 만큼, 2030년까지 총 1억주 이상을 소각해 주당순자산가치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타사 대비 자기자본 규모가 큰데도 주당순자산이 1만9000원 수준으로 낮은게 문제라고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소각 계획 물량 중 보통주 1000만주, 우선주 50만주를 소각한 상태로 오는 3월 주총 전까지 보통주 500만주, 우선주 50만주 소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증권은 매년 ROE 1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 3분기 미래에셋증권의 ROE는 7.8%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낮다. 해외에 배분한 자본 40%로 인해 ROE가 낮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27.5%에 그치는 배당성향도 한층 높여야 한다(2023년 기준). 반면 대신증권이 61.5%, NH투자증권이 50.5%, 삼성증권이 35.89% 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2016년 1만2681원에서 지난해 6월말 1만9074원까지 올랐지만 연간 기말주가는 2020년 9440원, 2021년 8650원, 2022년 6080원, 2023년 7630원으로 계속 하락세다. BPS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의 비중이 크거나 회사 가치가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매년 순자산은 늘어났지만 저평가 현상은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밸류업 공시일 이후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날까지 2.07%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주들이 실적 대비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면서 "IR 등을 통해 주가 부양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밸류업 계획도 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