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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법 제10조(건설허가)와 제20조(운영허가)에 따른 서류의 경우, 오기 수정과 같은 사소한 변경사항도 원안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건설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되는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경우에는 정식문서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변경이 용이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심의를 거쳐야 한다. 어차피 그 다음 단계인 운영허가의 과정에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절차가 복잡하지만 원전 안전성이 향상되는 것은 없다. 지금 원안위에는 심의대기중인 사안이 너무나 많다. 안전상의 무슨 이득이 있을까?
원전 운전을 멈췄다가 재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규제기관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미국 NRC는 '운전가능성 평가 및 결정제도'를 적용해 발전소가 불시정지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영기술지침서 요건을 위배하지 않았다면 운전가능성을 평가해 사업자가 운전을 계속할 수 있게 허용한다. 우리도 2014년 관련 지침을 제정해 적용한 바 있지만, 2017년 이후 이를 전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절차와 제도 때문에 안전상 이득이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 정기검사 후 재가동 시 사업자가 주민동의를 받는 것도 그렇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공청회가 필요하지만 행정행위 때마다 주민동의를 받는 것은 이상하다. 또 검사는 원안위가 했는데 주민동의는 왜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사업자가 불필요하게 주민에 예속되게 만드는 것이다. 안전상 이득이 없으면서도 손실이 야기되는 절차의 문제는 누가봐도 개선해야할 일들이다. 물론 규제기관보다 사업자가 요구해야할 사안이다. 그런데 국가적 손실을 보기로 서로 작정한 듯하다. 1990년대 우리나라 원전의 이용률은 미국보다 10%이상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이는 결국 국민부담이다. 규제는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