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시도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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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하고 실행에 옮긴 주역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4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장관은 이날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이번 비상계엄 사태 책임론의 중심에 있었다.
김 장관이 주도한 이번 비상계엄으로 본분을 다해온 군이 '계엄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민의의 전당 국회에 진입하는 악수(惡手)를 두면서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장병들의 사기도 바닥을 쳤다. 한 국방부 고위간부는 이번 사태 직후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냐"며 자조 섞인 한탄을 했고, 한 현역 장교는 "할 말은 많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론은 김 장관을 비롯해 육사 출신 '4인방'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물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인정했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오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와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계엄 선포에 따라 각 군 주요 직위자들과 당국자들이 경계·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상황 대기했다. 국방부 전 직원도 출근 지시를 받고 비상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앞서 야당이 제기했던 경호처장 공관 회동의 당사자인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곽 사령관이 지휘하는 707특수요원과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은 이날 새벽 국회에 대거 투입됐다. 특수요원들은 SCAR-L 돌격소총과 특전사 특임여단 등이 사용하는 'GPNVG-18' 4안(眼) 야간투시경, 방탄모 마스크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지휘하는 대테러 전문 부대 제35특수임무대대도 비상계엄 상황에 국회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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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동조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에 임명돼 국회와 지방의회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령했다. 박 총장은 포고령을 통해 언론과 출판의 통제, 집회 행위 금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을 겁박했다.
육군군사연구소장을 역임한 한설 예비역 준장은 계엄 선포 직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박 총장의 개입을 만류했다. 한 전 소장은 "비상계엄 선언을 건의한 김 장관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군이 정치의 전면에 나설 경우 군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서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한 그 순간까지 임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오류로 평가받는 이번 비상계엄은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군 당국은 이날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제1차 핵협의그룹 도상훈련(NCG TTX)'이 순연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핵 공유이자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자랑하던 핵심 회의체 운영이 미뤄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해석된다.
육사출신 예비역 대령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국방장관과 육군총장의 결정이 참담하다"며 "우리 군이 과거 신군부의 어두운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찰나에 오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비판했다.